◎싸구려투어 결손부담 벌충하려/현지사,일정취소·팁·옵션 강요해외여행업체들의 예고없는 일정취소와 옵션관광 강요, 부당경비 요구 등 횡포가 부쩍 늘어 해외여행객들의 불평을 사고 있다. 이는 국내업체간의 과당경쟁과 현지 여행사(랜드사)와의 불합리한 계약에 따른 것으로 여행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이달 초 여행사의 5박6일 패키지상품으로 태국을 관광한 성기웅(30·회사원)씨는 현지 가이드의 안내로 일정에도 없던 방콕시내 한약방을 방문했다. 반강제적으로 떼밀려 1백만원 상당의 웅담을 구입한 성씨는 귀국후 가짜임을 확인하고 여행사측에 반품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또 여행객들은 현지에서 입장료의 최고 4배를 내고 쇼를 관람해야 했다.
최근 일주일간 유럽 5개국을 여행한 손은주(30·회사원)씨는 프랑스 몽블랑 기슭까지만 갔다가 가이드가 기차시간이 촉박하다고 조르는 바람에 당초 스케줄에 포함됐던 정상에는 올라가지 못했다. 손씨는 며칠뒤에야 현지 여행사가 비용절감을 위해 일정을 취소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호텔도 계약과는 달리 여관급이었고 마지막날에는 가이드와 운전사의 팁으로 관광객 1인당 50달러, 모두 1천달러를 거둬 가이드에게 줘야 했다.
해외여행객들이 당하는 이같은 피해는 여행업계의 파행적인 운영에서 빚어지는 것으로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업체들은 우선 고객부터 유치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여행상품을 지나치게 싸게 판매한 뒤 현지 여행사에 지불할 「랜드비」를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하거나 아예 경비 결제를 미루는 방법으로 마진을 챙긴다.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태국에 있는 50여개의 랜드사들중 한국내 여행사의 미수금이 1억∼2억원에 이르는 경우가 상당수이며 60여개의 랜드사가 활동하는 유럽의 경우 2천만달러가량의 미수금이 쌓여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여행사는 여행경비를 가능한 한 줄이고 부수입원을 적극적으로 개발, 결손을 벌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현지 여행사들은 알선커미션이 붙는 쇼핑센터 관광, 각종 쇼 등 반강제적인 옵션관광, 추가 경비요구,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일정빼먹기, 숙박지 일방적 변경, 과도한 팁 강요 등을 통해 경영상 손실을 여행객들 주머니에서 벌충하고 있다. 심지어 현지안내인에게 아예 가이드료조차 주지 않고 「재주껏」 관광객들의 주머니 돈을 우려내 게 하는 현지 여행사들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를 본 여행객들에 대한 구제책은 거의 없다. 최근 유럽여행을 다녀온 황모(36·회사원)씨는 『귀국후 여행사에 항의하고 피해변상을 요구했으나 「현지사정에 따라 일정이 바뀔 수도 있다」는 여행약관을 제시하며 책임을 회피했다』고 불평했다.<유병률 기자>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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