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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기(한국의 30대: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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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기(한국의 30대:28)

입력
1997.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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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로 번 돈 보육비로 다 쓴다/함께하는 시간 적어 자책감과 부채의식 열악한 탁아시설 더 고민/가부장가치관 쇠퇴로 육아에서 차지하는 아버지 비중 점차 증대서울 광화문의 Q컴퓨터사에서 일하는 김모(32·여·강남구 개포동)씨는 주말근무가 끝나자마자 아이(4)가 있는 전북 군산의 시댁으로 향한다. 충남 대덕연구단지에서 일하는 남편도 마찬가지다. 부부중 한 명이 일이 바빠 못내려오면 한가족 세명이 보름만에 얼굴을 마주하는 경우도 잦다. 벌써 2년째를 맞는 「주말가족」 생활이 아이와 남편에게 미안하고 고달플 때도 있지만 직장을 그만 둘 계획은 없다. 남편과 시부모도 김씨의 일욕심을 이해하는 편이다. 시댁에서 아이를 맡아 길러주는 김씨의 경우는 어쩌면 행운일 지도 모른다. 30대 직장인 주부치고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애태운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육아는 30대 주부들이 짊어진 가장 큰 짐이다. 맞벌이가 보편화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육아는 가히 눈물겹다. 탁아나 보육시설은 여전히 부족하고 예전처럼 친정이나 시댁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졌다. 먼 친척에게까지 도움을 청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아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도 적지않다. 지난해까지 서울 K대학 홍보실에 다니다 사직서를 낸 김모(35·여·강동구 암사동)씨는 탁아문제 때문에 8년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말았다. 첫아이(4)는 친정부모님이 맡아줬지만 둘째아이(2)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한동안 보모에게 아이들을 맡겼지만 신뢰가 가지않는데다 자신의 월수입 100여만원이 보육료로 거의 다 들어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직장을 다니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는 일외에 김씨에게 다른 선택은 없었다.

삼성복지재단이 지난해 6월 전국 맞벌이부부 4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같은 30대부부의 고충을 대변한다. 이 조사에서 「육아」는 맞벌이부부의 가장 큰 갈등요인(58.7%)으로 꼽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여성취업자는 지난해 1·4분기의 205만8,000명에서 올해 210만3,000명으로 5만명이 늘어났다. 여성 고용이 안정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30대 여성의 취업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보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직장보육시설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국 직장보육시설의 수용규모는 겨우 4,251명밖에 안된다.

보육시설의 부족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30대의 자구노력도 만만찮다. 94년에 서울 마포구 성산1동에 처음 선뵌 「우리 어린이집」의 경우처럼 육아시설을 찾지못한 30대 부모들이 공동출자해 세운 탁아시설도 수도권과 대구, 청주, 충주 등 전국적으로 13군데가 운영되고 있다. 개인적인 일이나 여가·취미생활을 위해 시간제 보모서비스업인 「베이비시터」를 찾는 경우도 흔한 일상이 됐다.

오피스 머더(Office Mother·일명 OM족)들은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부족에서 오는 자책감과 일종의 「부채의식」을 지니고 살아간다. 이같은 자책에 대한 보상심리가 지나친 교육열로 나타나기도 한다. 각종 유아전문학원과 학습교재산업이 성업하는 배경이다.

교사출신 주부 장선미(30·경기 부천시 역곡1동)씨는 『요즘 대부분 주부들은 아이가 만 30개월이 지나고 용변을 가릴 즈음이면 음악, 미술, 영어 등 각종 학원에 보낸다』며 『아이들은 동네 또래친구가 아니라 학원친구를 통해 사회를 배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맞벌이 회사원 김모(33·성북구 하월곡동)씨는 『30대 육아의 가장 큰 특징은 「내 아이는 최고로 키우겠다」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세살바기 아들에게 쏟아붇는 돈은 보모비용 월 50만원과 영어·미술학원료 30만원 등 월 80만원. 영어테이프 등 각종 학습도구나 장난감 등에 들어가는 돈을 합치면 월 100만원에 달한다. 김씨는 『직장을 그만둘 수 없다는 아내의 고집때문에 맞벌이를 계속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볼 때 아내가 아이를 키우는 게 오히려 나을 것』고 말했다.

30대들의 물질만능식 육아법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자녀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부모의 욕구충족을 위해 물질적인 사랑을 베풀 경우 가치관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참을성 등 자기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은화 교수는 『핵가족화와 맞벌이부부의 증가로 인해 전통적인 육아법이 쇠퇴하면서 드러난 문제점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분별한 물질주의』라며 『이보다는 아이와 함께 있는 동안만이라도 부모를 신뢰할 수 있도록 인간적인 접촉을 늘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30대 육아법의 또 다른 두드러진 특징은 어머니 중심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붕괴되면서 자녀양육에 아버지가 차지하는 비중과 책임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모 그룹이 맞벌이부부 400쌍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0대 부부 응답자의 절반(50.1%)이 「남편이 가사노동의 30%를 분담한다」고 응답했다. 「50%분담」이라는 응답도 14.8%에 달했다. 이진욱(36·회사원·관악구 신림동)씨는 『직업상 출장, 야근이 잦아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지만 짬이 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낸다』고 말했다. 이씨의 경우 설거지와 식사준비를 아내와 철저히 분담한다. 휴일이면 집안청소 등 덜 전문적인 일도 맡는다.

이같은 변모에 대해 이교수는 『가부장적인 가치관이 쇠퇴하면서 육아 등 가사에서 아버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핵가족화로 인해 아이들이 가정에서 접촉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었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의 인간관계 형성에 골고루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최윤필 기자>

◎베이비 시터/“엄마의 시간을 자유롭게”/시간제 보모… 전국체인망 갖춘 곳도 아이 두명 봐주는데 시간당 4,000원

중등교사를 하다가 지난해 둘째아이를 출산하고 휴직한 오선령(31)씨는 지난주말 남편과 연극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시간제보모를 활용했다. 두 아이를 3시간동안 맡기는 비용은 1만2,000원. 오씨는 『매월 1회 남편과 데이트를 하는데 이 때마다 베이비시터를 이용한다』며 『전업주부라고 약속도 없이 하루종일 아이와 가사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시간제 보모서비스인 「베이비시터」업이 젊은 부부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주부들의 생활패턴이 다양화하면서 맞벌이부부는 물론이고 전업주부들도 취미나 여가생활, 개인적인 약속 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베이비시터업은 지난해 서울에 처음 등장한 뒤 1년여만에 2,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할 정도로 성장했다. 대표적인 베이비시터업체인 「아이들 세상」의 경우 지난해 종로에서 창업한 뒤 부산, 대전, 대구, 수원 등 지방과 분당, 일산, 부천 등 수도권을 포함 전국 15개 도시에 체인망을 갖추는 우량업체로 성장했다.

베이비시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회원등록이 필수. 「아이들세상」의 경우 연회비 6만원을 낸 뒤 필요한 때에 전화연락을 하면 정해진 시간에 보모가 집으로 찾아온다. 보육료는 시간당 한 명에 3,000원, 두 명일 경우 4,000원. 보모들은 유아교육이나 아동학, 보육학 등을 전공한 대학생이나 졸업생이 대부분이며 육아 경험이 많은 젊은 주부들도 있다.

이 업체를 월 1∼2회 이용한다는 조영미(34·동작구 대방동)씨는 『동네 놀이방에서도 시간제 탁아를 하지만 낯선 곳에서 낯선 아이들과 어울려야 하기 때문에 아이가 싫어한다』며 『베이비시터의 경우 전문가들인데다 집에 와서 놀아주기 때문에 아이들도 좋아해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 세상」의 박경숙(여·36) 실장은 『베이비시터를 적절히 활용하면 엄마들이 보다 많은 시간을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최윤필 기자>

◎보육아동 현황/보육시설 어린이 5년새 3배이상 급증/올해 45만6,000명선 80%가 민간시설 이용/직장탁아소는 4,000명 수용 유명무실

30대 엄마들은 어린이집, 놀이방 등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 나가면 엄마대신 아이를 돌 볼 사람이 없거나, 어린이집 등에서 유치원 전단계의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3월말 현재 각종 보육기관에 맡겨진 어린이는 45만6,664명. 이들 거의 대부분이 20대 후반과 30대 엄마가 맡긴 아이들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보육아동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엄마가 직장을 갖고 있지 않은 전업주부이면서 교육을 위해 맡겨지는 경우라고 말한다. 이는 보육시설에 맡겨지는 아이들의 수가 92년 12만3,297명, 93년 15만3,270명, 94년 21만9,308명, 95년 29만3,747명, 96년 40만3,001명 등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다.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30대 엄마들은 값싸고 질 좋은 보육시설을 원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45만여명에 이르는 보육아동의 80.1%(36만5,853명)는 어린이집, 놀이방 등 민간보육시설이 수용하고 있으며 19%(8만6,560명)는 국·공립보육시설이 맡고있다. 직장보육시설의 수용률은 불과 0.9%(4,251명)밖에 되지않는다. 30대 엄마들은 사회활동을 위해 직장보육시설 확대를 바라고 있으나 사업주들의 의지 부족으로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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