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등 전통사상 맹목적 긍정 곤란”/“현대문명론과의 접맥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성리학의 위민민본도 민주주의에는 못미쳐”한국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한자문화권 국가들의 경제발전이 유교적 전통에 힘입은 바 크다는 「유교자본주의론」이 공감대를 넓혀가는 가운데 「전통사상」은 철저한 비판적 검토를 거쳐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석구 동국대총장(국제중국철학회장)은 23∼25일 동국대에서 「동아시아철학―특히 한국철학―의 현대적 의의」를 주제로 열린 국제중국철학회 제10차 서울국제학술회의(한국일보 등 후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동아시아사상 전통과 한국철학」이란 논문에서 『동아시아 경제발전의 배후에 유교문화가 순기능을 했으며, 유교 인문정신의 부활을 통해 상실된 도덕성과 인간가치를 회복하고, 서구형 산업사회의 폐단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신유가 학파의 맹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현대문명론과 동양사상의 접맥을 모색하는 시도는 바람직하지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동아시아라는 개념이 문화적으로 함께 묶일 수 있는 개념인가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담론의 주체가 동아시아 전역인가? 유교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들인가? 중화주의인가 아니면 대동아공영권에 속하는 나라들인가? 특히 일국 중심의 문화적 패권주의의 출현을 경계해야 한다』 송총장은 전통사회의 윤리에 대해서도 『(여성과 어린이를 억압하는 등) 비민주적 요소가 많은 옛 것을 그대로 지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윤사순 고려대 교수도 「유교정신과 한국의 미래」를 발표, 『전통사상에 대해서도 냉철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전통사상의 장단점을 잘 분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사상 중 오늘날 우리 생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조선시대 성리학의 정치사상은 유교의 이상정치를 적극 실현코자 한 것으로 「위민민본(백성을 위하고 백성을 근본으로 삼음)」 특성이 농후했다. 아무리 그래도 참정권을 가진 국민 스스로의 의사에 의해 행하는 민주정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때문에 유교 정치사상은 미래는 고사하고 현대를 이끌기에도 부족한 「전근대사상」에 불과하다』
두 학자의 이러한 주장은 동아시아 전통사상의 긍정적 측면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학계 일각의 무비판성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학술회의에는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대만 캐나다 독일학자 1,000여명이 참석, 한국철학의 세계화 문제 등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벌였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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