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학생집회가 서울대에서 열리고 있다. 전국 40개 대학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4일 시작된 「참여·자치연대 학생대회」는 앞으로 학생운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총련 혁신을 위한 전국대학생 대표자회의」가 대학당국의 허가를 얻어 개최한 행사는 각국의 집회·시위문화 소개, 21세기형 학생운동 모색을 위한 토론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이들이 지향하는 바는 27일 채택될 행동강령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겠지만 기존의 한총련식 학생운동에 대한 지양과 거부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지금까지 매달려 온 통일·노동문제에서 벗어나 환경 인권 성 지역문제 등 다양한 관심사에 비폭력·합리적으로 대응해 나가자는 것이다. 「6월항쟁 10년의 우리, 90년대 세대의 실험과 모색」이라는 주제를 설정한 것도 그 방법을 모색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분석된다.
6월의 살인·과격시위를 고비로 한총련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이번 행사에 앞서 서울대 총학생회는 한총련에 대해 북한학생과 공동운영해 온 범청학련(범민족조국통일청년연합)의 해산과 8월 중순으로 예정된 범민족대회, 통일대축전 개최중지를 요구하고 이들 행사에 대한 불참의사를 밝혔다. 30개 재야단체가 한총련이 폭력노선을 고수할 경우 8·15행사에서 배제키로 한 것도 한총련에는 상당한 타격이었을 것이다. 검찰이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 7월말까지 탈퇴하지 않는 중앙조직원들을 8월부터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힌 이후 탈퇴자는 계속 늘고 있다. 대상자 3,000여명중 남은 인원은 1,0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총련(광주·전남지역총학생회연합)처럼 한총련 고수를 선언한 경우도 있지만 탈퇴각서를 내지 않았더라도 실제로는 한총련과 결별한 학생들이 대다수이다.
이제 한총련의 와해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우리의 관심은 학생운동의 변화와 새로운 학생운동체의 출현여부에 쏠린다. 민주화에 기여해 온 학생운동이 점차 변질되면서 친북을 넘어 북의 하수인화한 상황을 우리는 깊이 우려해 왔고, 학생운동의 궤도수정을 여러 차례 촉구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행사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학생운동의 물꼬를 터가는 작업으로 일단 해석할 수 있다. 그 진전양상과 파급효과를 주의깊게 지켜보고자 한다. 한 가지 우려되는 바는 세력을 잃은 한총련의 반발로 2학기에 과격시위양상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대학과 공안당국은 이에 엄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학생운동의 진로에 대해 한 정치인은 「시장경제의 세기에 적응하는 탈이념운동, 문화의 세기에 적응해 삶의 질을 높이는 운동, 세계화시대의 한국인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운동」을 제시한 바 있다. 학생들이 충분히 참고해야 할 말일 것이다. 이제야말로 학생운동은 일대 변신을 함으로써 나라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맡아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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