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개 재벌 외 기피… 채권·사채시장도 연쇄 경색재벌 연쇄부도와 대기업들의 추가 도산설로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6, 7개 초우량그룹 외엔 신규어음할인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부도루머→어음할인중단→대출회수→실제 부도의 「기업도산함수」는 대다수 중견기업들을 「자금의 사각지대」로 몰아가고 있다.
24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기아사태에 이어 10대 재벌급의 연쇄부도설이 확산되면서 기업별 신용도에 따른 기업어음(CP)할인 금리차는 종전보다 0.1∼0.2% 포인트 확대됐다. 한은 당국자는 『중견기업은 물론 한번이라도 부도설에 휘말렸거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고 소문난 기업은 10대 이내 재벌이라도 CP할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삼성 현대 LG 대우 선경 롯데 등 6∼7개의 대재벌 외엔 정상적인 어음할인이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종금사 관계자는 『거래 기업을 신규대출이 가능한 초우량기업, 기존 대출은 연장하되 신규할인은 꺼리는 중견기업, 기존 대출을 회수하는 우려기업 등 3가지로 분류해 자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초우량기업 외엔 할인연장기간도 과거 1∼3개월에서 일주일 심지어 1∼3일 단위로 초단기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금사들의 어음할인위축은 무엇보다 할인된 CP의 최대소화처인 은행신탁계정이 부도를 우려, 더이상 초우량기업 외 CP는 매입하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금사들은 은행신탁계정이 CP를 사줘야만 그 돈으로 기업에 CP를 할인해줄 수 있다. 신탁계정의 CP매입기피는 이미 한보사태 이후부터 시작됐는데 지난달말 현재 신탁의 CP매입규모는 45조4,700억원으로 전달보다 7,400억원이나 줄었고 기아사태이후 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CP유통수익률도 기아사태 직전(14일) 연 11.84%에서 23일엔 연 12.74%로 일주일새 약 1%포인트 상승했다.
이 때문에 CP매매에 대한 은행―종금간 변칙적 지급보증관행도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규정상 CP매매는 지급보증이 금지되나 은행들은 비우량기업 CP매입시 지급보증을 종금사에 요구하고 종금사들도 CP매출을 위해 억지로 보증을 서고 있다. 또 이로 인해 신용대출을 원칙으로하는 종금사들도 비우량기업의 CP할인엔 이면계약형태로 담보를 잡고 있다.
부도설에 따른 기업의 자금조달위축은 직접금융시장에도 번져 이달중 발행될 회사채의 45.8%를 4대 그룹이 독식, 중견이하 기업이나 부도설에 휘말린 기업들은 채권발행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채시장에서도 부도설의 한파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기아어음은 이미 4월부터 사채시장에서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한은관계자는 『초우량 A급어음금리는 월 1.15%로 종전과 비슷하지만 A급어음범위는 과거 30대 그룹에서 현재 10여개로 축소된 상태』라며 『B급어음중 부도설 유포기업은 할인이 중단됐거나 금리가 대폭 인상된 상태』라고 밝혔다.
연쇄부도공포로 제도금융권과 사채시장의 어음할인이 동시 마비됨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조달기회는 원천적으로 봉쇄되어가고 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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