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 모양인가. 개통된지 20여일 밖에 되지 않아 교각이 균열된 박달로 우회고가도로는 부실공사가 골수에 사무친 병임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한심하다 못해 이제는 정말 지겹다. 성수대교 붕괴참사로 막대한 희생과 손실이 발생한 뒤 3년만에야 다리가 재개통되는 것을 뻔히 보았을 텐데 어떻게 이런 부실공사를 할 수 있었을까. 다행히 부실이 일찍 발견돼 임시보강공사가 이루어졌지만 그렇지 않았던들 얼마나 큰 사고가 났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건설기술연구원의 지적대로 교각의 상판받침기둥이 크게 갈라진 현상은 국내 건설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고가도로에서 가장 중요한 구조물인 교각은 상판에 앞서 시공된다. 이 도로의 경우에도 개통 1년여 전인 96년 6월 완공됐다. 그런데 안양시와 설계감리단의 주장에 따르면 시공회사는 당초 종구(Bell Mouth)형태로 설계된 것을 멋대로 T자 형태로 변경했다고 한다. 그나마 장대철근을 쓰지 않은채 도막철근을 쓰면서 용접도 하지 않고 철사로 이었다니 그 배짱이 놀랍고 두렵다.
교각이 갈라진 부분은 커브구간이므로 다른 구간보다 더 정밀한 시공이 필요하며 도로구조물의 충격완화장치가 철저히 갖춰져야 한다. 그런데도 차량이 다니지 않는 상태에서 실시한 강도시험에서 아무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만 믿고 개통을 해버렸던 것이다. 부실의 원인이 전적으로 시공 잘못인지 여부는 검·경이 수사에 나섰으므로 곧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현단계에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발주처인 안양시나 시공·감리회사 모두 정밀시공을 수행하고 철저히 감시·감독하는 성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박달로 우회고가도로는 흔히 도로공사에서 고질로 지적돼 온 공사기간문제나 공기단축 또는 하청과 같은 문제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도 부실이 발생했으니 이 사고는 상판이 무너져내린 성수대교참사의 경우보다 질적인 면에서 더 나쁘다. 인명피해가 나지 않았다고 가볍게 다루지 말고 당국은 철저히 조사,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 특히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것을 알고도 1년이 넘도록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며 부실시공을 해도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하게 된 배짱의 근거가 무엇인가를 캐내야 한다. 준공검사를 둘러싼 관계공무원 및 감리인의 직무유기와 금품수수 여부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부실엔 부정있다』는 유명 건설인의 말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안양시 등은 나머지 교각들을 완벽하게 점검, 문제가 발견될 경우 전면 재시공토록 해야 할 것이다. 건설당국은 이 사건이 토목·건축공사에서 부실을 영구추방하는 계기가 되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거창한 결의대회나 열고 대대적 서명운동을 벌이는 식의 알맹이 없는 다짐은 부실의 해소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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