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 “표현의 자유 짓밟는 폭압” 반발/검찰측 “신화적 상상력 미명의 음란물”인기만화 작가 이현세씨가 23일 검찰의 조사를 받음에 따라 창작의 자유와 음란성 문제가 소설에 이어 만화계로 비화,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월 음란물제작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작가 장정일씨 파동이 채 마무리 되기도 전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만화작가인 이씨가 사법의 심판대에 오른 것.
검찰이 문제삼은 이씨의 만화 「천국의 신화」는 창세기부터 환인·환웅시대를 거쳐 발해멸망까지의 역사를 담은 대하 역사만화로 총 100권으로 기획된 작품. 현재 8권까지 출간됐다. 이 만화는 지난달 26일 성행위와 잔혹행위를 필요이상 구체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간행물윤리위원회로부터 주의조치를 받았다. 검찰이 문제삼은 것도 원시인들의 동물적인 집단성교와 강간, 인간과 동물간의 성행위 등이다.
이씨에 대한 수사는 예술과 외설의 한계를 논하던 장정일씨 등의 경우와는 출발부터 궤를 달리하고 있다. 이씨 작품에 대한 수사는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학원폭력과 청소년 유해 환경과의 「전쟁」에 따른 부산물이다.
만화계는 검찰의 수사에 대해 『만화창작의 자유를 짓밟는 폭압적인 행위』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씨도 이날 『차라리 연필을 놓고 싶다』며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만화계가 비판하는 요지는 이씨의 작품은 신화적 상상력을 극대화한 예술작품이며 성인용으로 제작·출간된 작품을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는 이유로 문제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 이씨도 『성행위묘사는 동물적 생활을 했던 당시의 인간 모습을 상상력을 동원해 재현하려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천국의 신화」는 신화적 상상력이라는 미명으로 위장된 음란물』이라며 『이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도덕적 위험수위를 넘은 것을 곧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 관계자는 『청소년용이냐, 성인용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사법처리의 기준은 음란물인지 여부』라고 말해 이씨가 사법처리 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저질 일본만화에 대응하고 연간 3조원대의 만화시장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법의 「칼」이 아니라 정부의 지원이라는 지적도 많아 검찰을 고심케 하고 있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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