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동반부실화 우려/진로·대농·기아 등 부동산매각 부진 정상화 늦어져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된 재벌기업들이 잇따라 자구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자구계획의 핵심인 부동산매각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부실기업 정상화도 그만큼 지연될 전망이다. 자구를 전제로 돈을 대주고 있는 금융기관들도 부동산처분 지연시 「부도를 낼수도 없고 계속 밀어줄 수도 없는」상황에 직면, 동반부실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부도유예협약 1호기업인 진로그룹은 1조9,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주거래은행에 제출했으나 이행실적은 현재 20%선에 그치고 있다. 진로의 자산처분규모는 현재 ▲진로하이리빙 진로엔지니어링 등 법인매각으로 42억원 ▲서초동, 청주 등 부동산매각 3,450억원 ▲농구단 사업권매각 200억원 등 총 3,700억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농그룹도 17개 자회사 및 부동산 매각을 통해 8,200억원을 조성한다는 자구계획을 마련했으나 이행은 20%를 약간 상회(1,900억원대)할 뿐이다. 대농은 미도파푸드시스템을 성원그룹에 830억원에 넘긴 것을 비롯, 대농유화 대농창업투자 대농다까치오공업 유니콤산업 등 11개 계열사를 1,765억원에 매각했고 부동산은 신갈연수원 부지(110억원) 반월공단 기계사업부부지(19억원) 등을 처분했다.
이처럼 자구이행이 더딘 것은 부동산경기 침체속에 수천∼수만평짜리 땅을 살만한 원매자 물색이 어려운데다 매수희망자를 찾더라도 적당한 가격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여신담당임원은 『똑같은 가치의 부동산이라도 부실기업의 땅은 절대로 제때 팔리지 않는다. 급한 쪽은 땅을 팔려는 기업이므로 사려는 기업들은 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대농과 진로가 내놓은 알짜 부동산들도 몇몇 대기업들이 매수의사를 보이고 있으나 「입질」에 그치고 있다고 주거래은행측은 전하고 있다.
따라서 기아그룹의 자구노력도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기아는 ▲서빙고빌딩 구로사택부지 등은 내달 ▲용인연수원 목동빌딩 등은 10월 ▲아시아자동차 광주부동산은 12월 등 총 10여건의 부동산을 연내처분한다는 계획을 채권단에 전달했으나 제일은행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계획대로 땅이 팔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부도방지와 자금지원 등 엄청난 특혜를 동반하는 부도유예협약은 기업의 자구노력을 담보로 한다. 25일로 협약이 종료되는 진로는 「추가자구를 전제로 원금상환유예 및 추가협조융자」조치가 내려질 예정이며 대농 기아도 같은 수순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특혜」의 전제조건인 자구계획이 지연된다면 기업의 정상화가 늦어지는 것은 물론 은행들로선 죽어가는 기업에 계속 돈만 대주는 기업―금융의 「동반부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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