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살리기가 국민적 캠페인으로 번져 가고 있다. 시민 단체들이 「기아살리기 범국민운동연합」을 결성,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는가 하면 노동계, 지역상공인 등 각계각층으로 지원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사흘간 실시된 기아차 할인판매는 4만대이상의 경이적 기록을 세웠고 기아 본사에는 격려 전화, 팩스 등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일개 기업의 존폐가 이처럼 뜨거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배경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우리 기업경영 풍토에 대한 강력한 변화 의지를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기아는 잘알려진대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고, 명실상부하게 종업원 지주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업종전문화가 잘 이뤄진 「기업 모범생」이다. 이 모범생이 쓰러진다면 『한국적 풍토에서는 선진적 전문경영인 체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왜곡된 판정과 함께 경제력의 집중, 오너의 독주, 부당 경쟁 등 재벌의 폐해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절박한 인식이 「국민기업」 기아살리기로 표출되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현정부가 추진해온 소유·경영분리 업종전문화 등 재벌정책들은 기아가 그 모델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던 정부가 개별기업의 구조조정에 개입할 수 없다는 시장논리만을 앞세우며 적극적인 역할을 기피하고 있는 사이, 보다 못한 국민들이 직접 나선 지금의 현실이 서글프기조차 하다. 이제는 경제마저도 국민들이 나라 걱정을 해줘야 하는 때가 됐단 말인가.
기아측도 간과하지 말아야할 대목이 있다. 기아살리기 캠페인은 기업으로서의 기아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 방만하고 책임의식이 결여된 경영으로 위기를 초래한 경영진이나 강성투쟁으로 오늘의 사태에 일정 책임을 져야하는 노조를 돕기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이번 캠페인이 자칫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기아측의 자구노력의지를 약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기아인들은 외부의 도움을 기대하기전에 먼저 뼈를 깎는 반성과 자구노력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의 국민적 성원에 최소한이나마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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