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로 ‘1등공신’ 자랑/벌써부터 추한 줄서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로 ‘1등공신’ 자랑/벌써부터 추한 줄서기

입력
1997.07.24 00:00
0 0

◎이 대표 부인 “영부인” 노골적 발언까지국회 대정부질문이 시작된 23일, 국회의사당 신한국당 대표실의 복도에서 이회창 대표의 한 측근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는 『○○○후보는 막판에 포기하고 우리를 밀었어야지, 욕심이 눈을 가렸다』 『○○○의원, 오라고 할 때 왔어야지, 말을 안듣더라』는 과한 말을 서슴지 않고있었다.

22일 낮 의원회관 의원식당의 한 풍경도 비슷했다. 초선의 두 의원이 식사를 함께한 4선의 한 중진에게 「이회창 후보 만들기」의 공을 자랑하고 있었다. 두 초선의원은 「우리」 「저쪽」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편가르기를 열심히 하고있었다. 한 의원은 이회창 후보 진영의 공신으로 알려진 TK지역의 3선 K의원을 거론하며 『내가 일찌감치 가서 K의원을 끌어줬다. K는 나에게 빚이 있다』고 큰소리쳤다. 이를 듣는 중진의원의 표정에는 씁쓸함이 가득했다.

이회창 대표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편가르기와 줄서기가 벌어지고 있고 오만이 넘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넘친다. 이대표의 정치경력이 길지않아 거느려온 「식솔」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의원들의 줄서기, 잘보이기를 촉발시키는 측면이 있다. 짧은 기간의 역할만으로도 공신대열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대표 주변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이다.

21일 밤 여의도 부국증권 14층 강당에서 열린 이회창 후보 당선자축연도 그랬다. 이대표의 경선대책위원장인 황낙주 전 국회의장은 『전당대회 전날 꿈을 꾸었는데 푸른 바다에 배 7척이 있었다. 이중 이회창호만 순항하고 나머지 배들은 모두 침몰했다』고 말했다. 황 전의장이 평소 역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되는 측면도 있으나 전직 국회의장의 덕담으로는 과했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황 전의장은 또 이대표의 부인 한인옥씨를 「영부인」이 될 분으로 부르기도 했다.

정치권만 줄서기를 하는게 아니다. 전·현직 장관 등 상당수 공직자들도 이대표를 막후에서 돕고있고 뒤늦게 줄을 대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금 정부청사에는 벌써부터 학연, 지연으로 연관돼 있는 일부 공직자들이 잘 나갈 것이라는 말들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줄서기 현상은 초기부터 이대표를 돕던 의원, 측근들보다는 종반에 합류한 「기회주의파」에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푸른연대의 주축인 한 초선의원은 『뜻과 이념이 맞는 후보와 일하고, 경선이 끝나면 하나되는게 순리』라며 『줄서기가 정치인의 생존, 출세의 기준으로 통하는 구시대적 행태는 청산돼야 한다』고 비판했다.<이영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