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쇄부도·금융기관 부실 등 현실화 가능성한보·삼미부도사태에 이어 재계서열 8위인 기아그룹마저 좌초되면서 지난 90년 일본이 겪었던 복합불황의 그림자가 한국경제를 덮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대형 재벌그룹들의 부도리스트가 증시에 나돌면서 관련 주가가 폭락, 실물경제는 물론 금융시장을 극도로 긴장시키고 있다.
복합불황이란 대기업의 잇딴 부도로 실물경제가 혼란에 빠져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부실채권을 견디지 못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연쇄적으로 파산하는 등 경제전체가 도미노적인 파국국면에 빠져드는 것을 뜻한다. 일본경제는 90년이후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찾아온 복합불황의 후유증으로 내리 7년간 극심한 불황에 시달렸는데 일본보다 경제 자생력이 취약한 한국경제가 복합불황에 빠질 경우 경제자체의 존폐마저 우려되고 있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은 23일 「복합불황의 가능성 진단」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기아사태 이전까지만해도 수출이 늘어나는 등 일시적인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기아사태에 이어 재계 10대그룹중에서도 2∼3개 그룹의 연쇄부도설이 퍼지는 등 복합불황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이같은 부도도미노현상을 방치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특히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10대 기업의 부도가 현실화했다』며 『자금난에 빠진 대기업들이 회생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내놓을 경우 부동산 가격의 폭락하고 이럴 경우 부동산을 담보로 잡은 금융기관의 파산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주가 폭락, 수출증가율 감소, 실업률 증가, 부도기업 증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급증 등 90년초 일본에서 복합불황의 전조로 나타났던 현상과 더불어 최근 나타난 동남아시아 각국의 통화대란으로 복합불황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지 않더라도 엄청난 규모로 누적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만으로도 「한국판 복합불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의 천일영 박사는 『금융시스템 교란, 경쟁력약화에 의한 구조적 불황에 빠진 우리 경제가 복합불황의 악순환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까지는 대비책을 마련하면 예방할 수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천박사는 특히 『금융기관간 합병으로 금리를 낮춰 국내기업의 차입금구조를 단기위주에서 장기차입위주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며 『현재 국내금융기관이 떠맡고 있는 부실채권은 개발연대 정책금융의 부산물이므로 대출채권을 유동화하거나 채권전담회사를 설치하는 등 정부의 직접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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