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시작된 국회 대정부 질문은 어디를 뜯어봐도 낙제점이다. 큰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의석의 5분의 1을 간신히 채운 국회는 민생국회란 타이틀이 민망하고 무색하다. 참석을 독려하는 안내방송이 귀가 따가울 정도로 계속돼도 빈 의석은 끝내 차지 않는다. 그나마 자리를 채운 의원들도 괜스레 헛 고함만 질러댈 뿐 정부의 실정을 파헤쳐 선량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열의나 각오는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의무국회요, 면피국회다.21일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를 선출한 신한국당은 아직 경선의 뒤끝을 수습하지 못한 채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 이회창 후보 직계와 전대 공신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의원이 의사당에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아침 개원 전에 있었던 의원총회에 마지못해 얼굴을 내밀었던 의원들조차 의총이 끝나자마자 총총히 사라졌다.
자민련은 예산 재선거에 당직자들이 대거 몰려 내려가는 바람에 의원총수의 3분의 1가량만 본회의에 참석했다. 민주당도 포항 보궐선거에 총 출동, 1∼2명 정도만 의석사이를 오갔다. 「외부행사」가 없었던 국민회의 의원들이 자리를 메워주지 않았으면 의사정족수조차 제대로 못채울 뻔 했다. 이들조차 잦은 이석에 꾸벅꾸벅 졸기, 하품 해대기, 잡담하기로 있으나마나한 자리채우기를 했다. 질문만 들입다 나열해 놓고 답변은 듣는둥 마는둥이다.
졸리는 귀를 어지럽힌 한바탕 설전이 있기는 했다. 각당 후보의 대리인들이 나서 서로 다른 당 후보의 흠집내기를 시도한, 상호비방전이었다. 물론 민생과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싸움」이었다. 각당의 전대 예선이 끝나나 했더니 12월 본선을 앞둔 치고받기 탐색전이 벌써부터 시작된 셈이다. 이대로라면 9월 정기국회도 정치공세의 장으로 전락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7월 염천에 시작해 12월 엄동에 끝날 정쟁으로 민생은 5개월의 길고긴 표류기를 맞게 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