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지난 3월 취임시 『정권에는 임기가 있으나 경제에는 없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불과 반년도 못돼 그의 말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불황의 지속, 재벌그룹 등 대기업의 연쇄 「부도」, 금융기관의 급격한 부실화 등 우리 경제가 가공할 불안과 위기환경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뒷짐을 진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시장경제의 원리를 강조, 직접적인 관여를 기피하고 있다.물론 여건과 환경이 바뀌어졌지만 개발연대시대에서 보여줬던 것과 같은 지도력과 역동성은 찾아볼 수가 없다. 무기력하고 무책임해 보이기까지 하는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자세 때문에 현행의 경제난국이 기업도산사태―금융공황 등 경제파탄으로 악화될지 모른다. 너무 늦기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줘야겠다.
개입하라고 해서 국민의 세금이나 한은특별융자로 무조건 문제의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에 나서라는 것이 아니다. 말할 것도 없이 제1차적인 책임은 당해기업과 관련금융기관의 몫이다. 최선을 다해도 안되는 경우에는 사안별로 제3자의 인수 또는 정부의 지원이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주장하고 또한 의도하는 사태수습처리 방향인 것 같다.
정부가 해줘야 하는 것은 관련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오해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처리원칙을 구체적으로 명백히 하는 일이다. 정부가 「시장자율」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 경제체제나 제도는 이제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는 단계에 있다. 정부가 시장경제체제가 정착되지 않았는데 시장경제를 운운하는 것은 방치하겠다는 의미도 된다. 주무부처의 이러한 자세가 정권의 권력누수 때문에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이해 당사자사이의 첨예한 이해대립 또는 여론의 특혜시비에 휘말리기 싫어서 그런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불식돼야 한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난국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다. 불황을 수없이 겪어 왔지만 한보, 진로, 대농, 삼미사, 삼립식품, 기아 등 재벌그룹 및 대기업들이 이처럼 무더기로 사실상의 부도나 도산사태를 맞은 적이 없다. 이들의 계열사, 하청업체, 협력업체들까지 포함하면 파급영향은 엄청날 것이다. 대외신용추락도 크게 우려된다. 정부는 뒷짐지고 있을 수 없다.
정부의 레임 덕현상 극복은 정부만으로 역부족이다. 정치권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신한국당, 국민회의, 자민련 등 여야 3당은 대선에만 몰입할 것이 아니라 현정부의 경제난국타결에 협력해 줘야 한다.
3당 대선후보들의 경제정책에 큰 차이는 없는 만큼 기업도산·금융기관부실 같은 초미의 당면 현안문제가 적극적으로 적절히 신속처리되도록 뒷받침해 줘야 한다. 또한 국회에서도 필요한 입법조치를 지체없이 해줘야 한다. 다른 시급한 국정사안도 많겠지만 해결의 시급을 요하는 경제현안에는 오늘만이 있는 것이다. 내일이면 너무 늦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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