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전제 1,600억원 긴급지원기아그룹의 장래가 현 경영진을 문책하고 그룹을 자동차전문 소그룹으로 재편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제일은행 등 기아그룹 10개 주요 채권은행장들은 22일 상오 긴급모임을 통해 『기아사태를 몰고 온 경영진에 엄격한 책임추궁이 불가피하다』며 김선홍 회장 등 경영진의 「경영권포기각서」를 받기로 했다. 이는 채권은행단이 김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을 의미, 향후 기아그룹 경영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채권은행단은 이와함께 계열사 및 임원보유의 주식을 담보로 확보하고 자구계획에 아시아자동차 매각을 포함시키도록 기아측에 촉구키로 했다.
채권단은 대신 기아측이 요청한 운영자금 3,556억원중 1,600억원을 채권금융단 대표자회의가 열리는 30일 이전에라도 부동산담보만 확보되면 은행단 공동분담형식으로 긴급지원할 방침이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기아그룹 경영권문제와 관련, 『당장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일단 김회장 체제하에서 금융권 자금지원 및 계열사·부동산매각 등 자구노력으로 정상화를 유도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경영권포기각서는 정상화여부에 따라 언제든지 김회장 등의 퇴진을 요구할 수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현재 김회장체제에 대한 노골적 불신과 거부감속에 『기업은 살리되 인적 책임(경영진 경질)은 묻는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어 김회장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 채권은행장은 『기아그룹 부실의 원인은 특수강에 대한 과잉투자』라며 『오너는 아니지만 오너의 권한을 행사한 사람, 투자결정을 내려 부실을 촉발한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채권단의 「경영권포기각서」요구는 자구노력이 미진하거나 채권단요구에 순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 김회장에게 「족쇄」를 채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채권은행들은 기아측 자구태도에 대해서도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자동차를 처분해 그룹을 기아자동차 중심의 전문 소그룹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 채권은행 임원은 『원매자를 찾기힘든 기아특수강을 아시아자동차와 일괄매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의 향후구도는 이처럼 「깃털(계열사)은 떼내고 몸통(기아자동차)만 살리는」쪽으로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지만 채권단은 아직도 「제3자 인수」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매각 등 자구계획이 과연 뜻대로 진행될지, 설령 특수강 아시아자동차 기산 등을 처분하더라도 자동차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기아자동차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제3자인수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제3자인수 수순이 전개될 경우 최종 걸림돌은 김회장 거취문제로 집중된다. 채권단이 김회장의 경영권포기각서를 받고 계열사 및 임원주식(기아자동차 5.59%, 아시아자동차 29.15% 등)을 담보로 확보키로 한 것은 언제 있을지 모를 제3자인수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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