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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자구책 왜 미흡한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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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자구책 왜 미흡한가(사설)

입력
1997.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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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이래의 최대경영난에 빠진 기아그룹에 대한 국민의 애정은 이례적이다. 「기아살리기 범국민운동연합」(가칭)이 결성됐는가 하면 기아자동차의 시한부 할인특매에 소비자들이 뜨겁게 호응, 특매 첫날에 평소의 20배를 상회하는 2만대 이상이 판매되는 신기록이 세워졌다고 한다.그러나 이러한 국민정서만으로는 기아그룹이 살 수 없다. 기아그룹의 노사·채권금융단·정부 등 관련기관 모두가 한덩어리가 돼 진지하고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고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는 한 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은 모두가 나름대로 기아 경영난 타개에 나서고 있으나 은행 등 금융기관은 기아발행의 진성어음할인도 사실상 외면하고 있어 1만5,000여개의 기아협력업체들이 연쇄도산할 위기다.

채권은행이 기아그룹의 회생능력에 회의, 정부의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기업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내세워 『채권은행과 기아그룹의 문제』라고 발뺌하고 있다.

채권은행과 정부가 묵시적으로나 현시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기아그룹 자체의 성의 있는 자구책이다. 결자해지라고 한다. 우선 기아그룹의 경영자와 노조가 경영부실의 책임을 져야 한다. 『기아가 국민정서에만 호소한 채 자구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채권은행단의 불만을 경청해야 한다. 기아그룹이 지난 21일 자구책을 세워 채권은행단에 제시했으나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자산 14조원의 22%인 3조1,0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매각,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계열사도 28개에서 13개로 줄이며 인력도 임원(30%),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18%)을 포함, 5,000여명 등 약 10%를 감원한다는 것으로 돼 있다. 노조도 자체의 협력방안을 내놓았다. 상여금 반납, 임금동결 또는 삭감 등으로 회사에 1,200억원의 지원효과를 창출하고 또한 1인당 1,000만원씩 모금, 회사에 1,000억원을 무이자로 대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원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경영자와 노조양측의 구사노력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양자가 마지막 핵심카드는 유보하고 있다.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다. 주요채권은행들이 경영권 포기각서를 받기로 한 점을 김선홍 회장과 그 체제는 유의해야 한다. 김회장은 기아의 봉고신화를 창출, 오늘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카리스마적인 경영자이지만 다른 한편에선 나라의 경제질서와 대외신용에도 심각한 혼란과 추락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가 우리나라 초유라고 할 전문경영인체제를 성공시키는데 실패한 것은 크게 아쉽다.

노조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룹재기를 위해서는 감원 등 감량경영이 불가피하다. 노조는 이것을 수용해야 한다. 기업그룹의 경영자와 노조는 이제 대아를 위해 소아를 희생할 때가 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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