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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동·김덕룡·이수성/패한 사람들의 얻은 것과 잃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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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동·김덕룡·이수성/패한 사람들의 얻은 것과 잃은 것

입력
1997.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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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보다 실 “정치적 타격”/이인제 “1등같은 2등” 최병렬 “행복한 꼴찌”패배라고 해서 다같은 패배는 아니다. 지고서도 이긴 패배가 있는가 하면, 아쉬움 절절한 통한의 패배가 있고, 아무것도 남긴 것 없는 완전한 패배가 있다. 신한국당 경선에서 패한 6명의 후보들도 인간사 어디에나 있는 패배 스펙트럼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크게 보아 이인제 후보와 최병렬 후보는 승리와 다름없는 패배를 했고, 이한동 김덕룡 이수성 후보는 득실이 엇갈리되 득보다는 실이 많은 패배를 했다. 중도하차한 박찬종 후보는 패배중에서도 가장 처절한 형태의 패배를 했다.

이인제 후보는 아무것도 잃은 게 없는 2등을 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100% 남는 장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경선출마 초기 눈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던 깜짝놀랄 「새파란」후보에서 일약 1위를 넘보는 2위를 했으니 이만저만한 성공이 아니다. 이후보의 고민은 오히려 지금부터라고 봐야 하는데, 5년후 재도전을 위해 어떤 길을 가야할지 숙고하게 될 것이다. 지사직 계속과 금배지 도전, 서울시장 후보 출마 등이 그가 가진 선택지이다.

최병렬 후보도 행복한 꼴찌를 했다. 차려진 밥상에 수저를 놓는 격으로 출마했던 터여서 애당초 잃을 게 없었던 처지이기도 했지만 경선기간 내내 흔들림없이 원칙과 소신을 지켰다는 한가지만으로도 플러스 효과가 대단했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와 총리 물망에 벌써부터 오르내리는 것도 정책 대결이란 필패의 전략으로 싸운 빛나는 전과다.

불과 8표차로 예선 3위로 밀린 이한동 후보는 아쉬움과 회한이 큰만큼 손해도 많이 봤다. 우선 이인제 후보에게 경기도 맹주자리를 찬탈당한 것 자체가 엄청난 정치적 타격이 될 것이다. 민정계 주자로 출마했음에도 이회창 후보를 도운 김윤환 고문에게 민정계 주력군을 빼앗기는 한계도 노정했다. 민정계의 적통을 잇는 유일 대선후보의 위치를 확고히 한 점과 표대결을 통한 당내파 1위 확인은 그나마 실의 아픔을 달래주는 득이었다.

김덕룡 후보는 득실계산이 착잡하게 엇갈리는 패배를 했다. 한보사건의 여파 등 절대불리한 여건에서 조직이 선거를 좌우할 수 있다는 프로정치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과 원칙에 충실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은 분명 득이었다. 그러나 민주계 적통세력의 세대갈이가 자신을 건너뛴 채 이루어질 수 있는 단초가 이인제 후보에 의해 열린 것은 큰 손실이었다.

이수성 후보도 많은 것을 잃었다. 서울대총장과 국무총리를 거치면서 쌓아온 건강한 이미지가 경선과정을 통해 상당부분 훼손됐고, 예선 5위라는 변변찮은 기록도 그의 정치적 잠재력에 대한 평가절하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패배를 예감하면서도 그를 도와준 동지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은 언제나 그랬듯 그의 큰 자산이었다.<홍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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