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밤 8시에 방영된 KBS 제1TV의 일요스페셜 「황소개구리의 역습」은 충격적이었다. 온 산하를 점령한 황소개구리의 무서운 식욕과 번식력은 생태계파괴의 엄청난 결과를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황소개구리가 살모사 등 뱀과 새까지 잡아먹는 생생한 모습은 공포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것처럼 전율을 일으켰다. ◆추적팀이 밝혀냈듯 황소개구리는 한강 이남에만 있다는 학계의 예상을 뒤엎고 벌써 한강이북에까지 퍼져 있었다. 그런가 하면 황소개구리는 한강물을 타고 한강하구에 인접한 강화도와 인근 섬에까지 침투해 있었다. 바닷물도 건너는 황소개구리의 억센 생존력이 가공스럽다. ◆반면에 여름철이면 시골 어린이들의 친구가 돼주던 토종개구리들의 삶은 비참했다. 잔혹한 황소개구리를 피해 정든 저수지나 논두렁을 버리고 산비탈로 터를 옮겨간 토종 개구리들의 행태는 일제시대 간도로 이주한 우리 유민들을 연상케 했다. 그나마 토종개구리들은 찾기도 어려워졌다는 보고였다. ◆황소개구리는 20여년전 농촌부업수단의 하나로 정부가 일본에서 도입해 일부농가에 분양했다. 그런 황소개구리가 정부의 무지와 무책임, 사후관리의 부재로 오늘날 우리의 온 산하를 점령했다. 인간의 하찮은 잘못이 얼마나 무서운 생태계파괴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토종개구리는 황소개구리에 대항해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해 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보다 무서운 것은 공해와 오염으로 토종 뱀이나 개구리 등 이 땅의 양서류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인간의 보신탐욕이 철을 가리지 않고 이들을 포획하고 있다. 자연을 파괴하면 자연은 언젠가는 보복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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