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 떼밀려 ‘입지 약화’/계파 간판역 불확실·정치권 착근 기반축소/일정수준 득표력 과시 ‘추락’ 단정은 일러21일 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1차투표 결과가 드러난 순간, 후보 3명의 표정에는 우울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이한동 이수성 김덕룡 후보는 이회창 이인제 후보의 결선투표 광경을 고통스럽게 지켜 봐야만 했다.
이한동, 이수성, 김덕룡 후보의 향후 정치적 행로는 표정만큼이나 썩 밝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이인제 후보가 2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우선 고교선배이자 정치선배인 이한동, 김덕룡 후보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이수성 후보도 5위에 머물러 정치적 착근을 시도할 여력을 상당부분 잃어 버렸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낙선이 곧 정치적 추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들 3명의 후보가 일정한 수준의 득표를 기록, 나름대로 기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정치적 재기의 여지는 갖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한동 후보는 민정계의 대표자, 경기도의 맹주임을 자임했지만, 이제부터는 그같은 위상에 적지않은 도전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우선 민정계가 이회창 후보 진영으로 대거 흡수된데다 경기 등 중부권이 이인제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한동 후보가 자신의 기반을 지킬 수 있는 묘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연대과정에서 드러난 큰 틀의 보수대연합론을 실천할 지도 모른다.
이수성 후보 역시 선택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이수성 후보는 그동안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정치인으로 남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수성 후보가 웅변조 연설 대신 강연식 연설을 고집했듯이 정치판에 유연하게 적응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가 아직도 서울대총장, 총리시절의 권위에 젖어있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어 정치와 거리를 둘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관련, 이수성 후보가 이한동 후보와 깊숙이 논의했던 보수대연합론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할지도 관심거리다.
김덕룡 후보는 2위를 차지했을 경우 민주계의 좌장, 당내 실력자로 자리를 굳힐 수 있는 기회를 상당부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김후보가 1차 투표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패장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라고 말한데서도 막판 상승세를 표로 연결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풍겨 나오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이인제 후보가 민주계 출신이라는 점에서 향후 민주계의 간판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그러나 김후보는 공언대로 일단 정권재창출에 나서는 행보를 취할 것으로 보여 그 과정에서의 역할에 따라 위축된 위상의 호전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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