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탈출 나선 ‘깨끗한 손’이탈리아 반부패운동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의 영웅,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47) 전 검사가 최근 정계에 재도전장을 던졌다. 올해 말로 예정된 토스카나의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집권 중도좌파 「올리브나무동맹」후보로 나선 것. 그동안 여러 정파로부터 유혹을 받으며 정치적 야심을 적잖이 드러내왔던 그인지라 정계진출 자체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16일 보선에 갑작스레 뛰어든 배경을 둘러싸고 한바탕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검사직 사임이후 줄곧 그를 괴롭혀온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 궁지에 몰리자 정치적 보호막을 찾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그의 반부패수사에 희생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그의 출마는 오로지 의원으로서의 면책특권을 얻기 위한 것』이라며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둘의 관계가 출발부터 악연은 아니었다. 정치신인 베를루스코니가 94년 총리에 오른 것도 디 피에트로가 주도한 사정 바람에 전직총리를 비롯, 거물 정치인들이 줄줄이 구속된 뒤 정계의 공백기에 얻은 어부지리였다. 그러나 사정칼날이 곧 언론재벌 출신인 베를루스코니에게 향하면서 둘은 불구대천의 정적관계로 돌변했다.
물밑 암투끝에 법복을 벗은 디 피에트로는 그뒤 직권남용 및 금품강요 의혹에 휘말려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공공사업부 장관직에서 6개월만에 스스로 물러난 것도 그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탓이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수뢰설은 지난주 밀라노의 건설업계 거물, 안토니아 드아다모가 디 피에트로의 검사시절 사건무마를 대가로 뇌물을 제공했다고 밝힌 진술조서를 검찰에 제출함으로써 다시 불거졌다. 부패사건으로 재판을 받고있던 베를루스코니는 때를 놓칠세라 관련증거를 검찰에 제출했다.
디 피에트로의 수뢰설이 사실로 밝혀지면 베를루스코니의 재판진행 자체가 어려워질 뿐아니라 「마니 풀리테」성과가 모두 무너질 수 있다. 거꾸로 그가 오명을 씻을 경우 베를루스코니는 형사처벌은 물론 정치생명까지 끝나게 된다.<이희정 기자>이희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