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후보를 대통령후보로 선출한 신한국당 전당대회의 후보경선은 장엄한 민주주의 드라마였다. 우리나라 집권당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후보자유경선이 대과없이 진행된 것은 한국민주주의의 값진 승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후보와 신한국당의 최대 최고의 목표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후보는 나라를 구하고 바로잡는다는 비상한 각오 아래 비상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사실 이후보의 지명은 어느 면에서 예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몇개월동안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자들 중 한번도 선두를 놓친 적이 없었고 지역별 합동연설회서도 일부에서의 부침은 있었지만 압도적인 1위를 유지했던 것이다. 경쟁에서 패배한 후보들도 유감없이 선전하여, 칭찬받을 만하다. 특히 결선투표까지 진출한 이인제 후보의 분투는 괄목할 만했다. 당초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그가 급부상한 것은 부패하고 나태한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과 식상감 때문이었다. 그의 약진은 신선한 신풍이었던 것이다. 분전에도 불구하고 2차투표에서 실패한 것은 1차에서 1·2위간의 표차가 26.4%나 큰 격차를 보인데다가 반이회창 후보 4인연대가 뒤늦게 조성됐고 실제 표 모아주기에 구속감 부담감이 없었던 때문이라 하겠다.
어쨌든 이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60%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후보가 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의원들은 자유투표로 표의 혁명을 일으킴으로써 무기력한 집권당에 커다란 자극과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한마디로 이후보의 선출은 신한국당 내지 한국정치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우선 그가 30∼40여년 경력의 직업정치인, 프로정치인이 아닌 정치신인이며 또 정치의 주역의 교체를 의미한다. 아울러 3당합당 이후 갈등을 빚어온 민주·민정 등의 계파를 초월했으며 영·호남으로 양분되는 지역주의를 탈피한 새 인물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같다.
대통령후보로 지명된 것과 함께 대표로 선출되어 명실상부하게 당의 책임자가 된 이후보와 신한국당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너무나 많다. 개인적으로는 「대쪽」 또는 「법대로 처리」 이미지가 주는 여유없는 강성이미지를 바꾸고 각계각층을 포용하는 자세가 긴요하다.
아울러 안으로는 흐트러질대로 흐트러지고 무기력해진 집권당에 앞장서 활기를 불어넣고 일으키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무너진 국가기강과 흔들리는 사회질서를 바로잡고 경제회생과 민심수습 민생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책임있는 집권당으로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후보 경쟁자들과 일체의 감정과 기분을 말끔히 씻고 손잡음으로써 하나가 되어 집권재창출 노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
당의 수습 단합과 함께 21세기를 열고 이끌어갈 수 있는 국가 경쟁력강화 등 국가경영의 비전과 정책의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이후보는 당내외 모든 사람과 손잡고 화해함으로써 국민 대통합을 실천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만의 하나 패배한 경쟁자들이 이후보에 반기를 들고 당이 흔들릴 경우 신한국당의 대선승리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