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정·사회가 남의 탓 말고 모두나서 자기역할만 충실하면 혼란없이 효과적 해결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학원폭력에 대한 대책으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이에 대해 서울시장은 거창한 계획을 내놓았다. 2,000명의 경찰에 학교별로 책임을 지운단다. 그들이 이제까지 맡았던 곳의 치안은 어떻게 하나.
학교를 질책하면 한편에서는 가정이 문제라고 하고, 그래서 가정에서 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면 『어떻게 가정만이 문제냐, 사회전체가 문제』라고 지적하는가 하면, 『그래도 역시 학원폭력은 학교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니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면서 두루뭉수리하게 거창한 종합대책이 마련되고, 그것으로 끝이다. 구체적으로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다 되었다는 듯이 손털고 일어난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학원폭력 근절대책의 전말이다.
양비론이건 양시론이건 나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각자가 『이 부분은 내 잘못이고 내가 해결해야 할 분야니까 내가 한다』는 태도일 때는 양비론이건 양시론이건 사회발전에 도움이 된다.
학원폭력근절을 위해서는 국민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참여하는 사람이 자기가 맡아야 할 것과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도움이 된다. 자기 일이 아닌데 참여하면 혼란만 온다.
학교는 분명한 교칙을 정하고 그 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학생지도를 해야 한다. 퇴학시킬 사람은 내보내고 집중상담이 필요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그 학생의 문제를 찾아내어 해결해 주어야 한다. 부잣집 아이이건 가난한 아이이건, 공부 잘하는 아이이건 못하는 아이이건, 공정하게 교칙을 적용하면 학교는 할 일을 다한 것이다. 고등학교 교장더러 학교 근처에서 학생을 유혹하는 음란 비디오방을 단속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망발이다.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이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만 학교보고 해결하라고 해야 한다.
가정이 할 일이 따로 있다. 내 아이만 중하고 남의 아이는 어찌 되어도 좋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내 아이가 나쁜 친구의 꾐에 빠진다면 내 아이가 선량한 다른 학생을 꼬여 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내 아이 때리는 선생은 폭력교사이고, 남의 아이를 때릴 때는 사명감있는 교사라는 태도는 곤란하다. 가정에서 고쳐야 할 것은 분명하게 가정에서 고쳐야지 그것을 학교에 맡겨서는 해결이 안된다. 어른다운 어른의 모습을 집에서 자녀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학부형들은 학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개별적으로 간섭해서는 안된다. 학부모마다 자기 자식의 교육에 이러쿵 저러쿵하면 학교는 교육방침을 세울 수 없다. 학교가 하는 일에 간섭하거나 부당한 처사를 고치려면 학부모단체의 의견을 모아서 전달해야 한다. 자기 아들이 폭력학생에게 맞았을 때도 개별적으로 대책을 세워서는 효과가 없다. 학부모단체에 알리고 거기서 사태를 파악하고 난 다음 학교에 대책을 세우라고 하면 좋다. 그래야 문제해결에 개인적인 감정이 끼어들지 않고 냉정하게 해결할 수 있다. 물론 학부모단체의 간부들이 자신의 자식만을 위해 일하지 않는 태도는 필수적이다.
학생들을 나쁜 길로 꼬여내는 불량환경을 없애는 일은 사회전체가 맡아야 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버젓이 가게 안에서 술을 마시게 하는 편의점에서는 물건을 사지 말아야 한다. 세든 만화방이나 비디오방에서 학생들을 악의 길로 유혹하면 그 사람을 내보낼 줄 아는 집주인이 되어야 한다. 폭력을 미화하는 연예물들을 만들면 그것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충분히 검토하고 공개해야 한다. 치안당국은 학교일은 학교에 맡기고 유해환경을 없애는 일에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학교의 코앞에 러브호텔을 허가하는 이런 정부아래서 학생들은 옆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지금의 학원폭력대책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기 할 일은 안하기 때문에 겉돌고 있다. 경찰이 학교에 드나든다고 폭력이 줄지도 않을 것이고, 선생이 학교주변 유흥업소를 순찰해도 아무 효과가 없다. 각자 자기가 할 일을 분명하게 알고 책임을 다하면서 남의 탓을 안할 때 학원폭력은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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