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성 이면에 숨은 그릇된 이데올로기 더 문제/공동체적 가치관 절실『겉으로 드러나는 대중문화의 성, 폭력성보다 그 뒤에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를 경계해야 합니다』
3년째 「한국대학생 대중문화감시단」을 이끌고 있는 남민우(45) 대표는 대중문화의 표면 속에 잘 드러나지 않는 「옳지 못한 정신」을 대중문화의 가장 큰 문제로 받아들였다.
80년대 후반 들어 대중문화는 보다 노골화한 성과 폭력을 주제로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것이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지속될 수 있는 것은 그 뒤에 숨어 있는 그릇된 이데올로기 탓이라고 본다. 남대표는 대중가요에 대해서 『차라리 연애타령이 낫다』고 얘기한다.
지금의 대중가요는 이면에 「허무주의」를 깔고 이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허무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쉽게 포기하게 하고 자신을 규제하려는 사회에 대한 폭력과 증오를 죄책감없이 발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상업성은 또 끊임없이 스타를 만들어 내며 청소년들에게 환상을 주고 있다. 남대표는 『타인을 올바른 곳으로 이끄는 원래 의미의 스타문화가 대중매체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며 『엉망으로 살더라도 스타만 되면 모든 것이 정당화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스타관은 청소년들에게 과정과 노력의 소중함을 잊게 만들고 가치관의 전도를 가져 오게 되는 것이다.
특히 대중문화를 통한 일본문화의 침투는 이미 심각한 상태로 인식되고 있다. 남대표는 『일례로 국제 시장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만화는 그들 사회에서는 수용될 수 있는 폭력과 성문화를 환경이 다른 우리 청소년들에게 주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흔히 솔직함, 자유분방한 자기표현을 신세대의 특징으로 꼽지만 과연 그들이 표현할 만한 자기만의 것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것은 모방에 지나지 않으며 특히 일본적인 것을 적극적으로 흉내내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환경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발전 정도가 우리보다 빠른 서구와 일본은 표면적으로 볼 때 우리보다 심각한 듯하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서구의 기독교윤리, 준법정신과 일본의 천황주의 등 나름의 「지주적 정신」이 있기 때문에 사회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결국 지주적 정신의 부재는 청소년을 잘못 이끌고 있는 우리 대중문화의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남대표는 『우리의 전통적인 선악관과 모든 종교에서 공통으로 인정하는 선을 기준으로 공동체적 가치관을 확립시켜줘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대학생대중문화감시단은 95년에 창립돼 현재 1,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각종 잡지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모니터활동을 하고 있다.<김동국 기자>김동국>
□대중문화 감시 세 단체
◎건비연/유해 영상매체 실태고발·시청 거부
서울YMCA가 지난달 28일부터 벌이고 있는 「청소년 푸른문화가꾸기」는 비디오 영화 방송 등 영상매체를 통한 유해환경을 청소년으로부터 차단, 건전한 사회풍토를 조성하자는 취지의 시민운동. 특히 서울YMCA 청소년사업부의 「건전비디오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건비연)」은 89년부터 이 운동을 펴오고 있다. 푸른문화가꾸기운동은 유해환경 고발센터를 상설 운영하고 각종 방송·비디오에 대한 모니터와 노래방·비디오방의 시설·실태조사, 청소년 건전문화동아리 활동을 통한 대안문화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건비연의 활동은 다양하다. 영상매체에 대한 모니터활동과 보고서 작성·배포, 우수영상물 선정·홍보 및 시사회, 영상관련 학술행사, 모니터요원 및 비디오숍경영자 교육 등이다. 연령별 음란·폭력물 시청실태 조사 등을 통해 유해환경 실태를 고발하고 불건전한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거부운동을 펴기도 한다. 건비연의 이같은 활동으로 92년에는 좋은 비디오숍을 지향하는 경영자모임 「으뜸과 버금」이 조직되기도 했다.
청소년사업부 이승정(여·40) 부장은 『정부가 「청소년보호법」을 통해 청소년 유해환경 추방에 나서고 있지만 법의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청소년에게 문화에 대한 자기비판력과 선별력을 키워주기 위한 시민운동을 활성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최윤필 기자>최윤필>
◎유해감시단/선정·폭력성 일본만화 추방운동
불법복제된 일본만화와 이를 베낀 아류들은 학원폭력의 「교과서」다. 일본만화라고 모두 나쁘진 않겠지만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대부분 학원폭력을 다룬 소재라는 점이 문제다. 일본만화는 한달에 30종 이상이 새로 나오는데 「우리만화발전을 위한 연대모임(우만연)」에 따르면 이미 국내시장의 70%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만화의 해악은 선정성에서는 물론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 학원폭력실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당장 중·고등학교의 폭력조직인 일진회만해도 일본만화에서 극렬한 폭력을 휘두르는 불량학생 조직의 이름을 그대로 본 딴 것이다. 이달초 출석번호와 담배갑에 적힌 번호가 같다는 이유로 급우를 담배불로 지져 충격을 준 고교생들도 『일본만화를 보고 심심풀이로 따라했다』고 말했다. 일본만화가 판을 치는 틈을 타 돈을 노리고 불법 수입·복제하는 출판사만 80곳이 넘는 상황에서 서울YWCW의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을 비롯한 NGO들이 감시활동을 벌이지만 역부족이다.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폭력·음란 만화 단속은 근본대책도 없이 여론만 의식, 희생양을 찾으려는 마녀사냥식』이라며 『일시적 단속에 앞서 일본폭력만화의 반입·복제·유통실태에 대한 진지한 연구조사부터 선행해야한다』고 말했다.<이동국 기자>이동국>
◎여성민우회/광고 여성상품화 시정 맹렬활동
「이름 김보혜, 길이 1m69㎝, 무게 47㎏, 부드럽고 유연한 곡선, 색깔있는 제품, 온도 36.5도, 콤팩트 사이즈」. 어느 청바지 제품의 선전 문구이다. 영화 「원초적 본능」의 여배우 샤론 스톤은 한 휘발유 광고에서 선정적 몸짓으로 「강한 걸로 넣어주세요」라고 말한다. 한국여성민우회의 고용평등TV모니터위원회는 이 광고들을 여성을 상품화한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상품과 관련없는 여성의 육체를 광고 수단으로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노골적인 성표현이 청소년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선정적 광고문안들은 은어나 속어의 형태로 급속히 유행어로 자리잡아 그들의 심리를 무의식적으로 지배해 나가고 있다.
광고뿐이 아니다. 일부 쇼프로에는 「하루살이 스타」들이 화려한 율동과 정제되지 않은 가사로 「신데렐라」의 환상을 양산한다. TV드라마에는 기물 파괴와 집단간 혈투를 「남성의 의리」로 미화하기도 한다.
또 「현실성」이 지나치게 강조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도 있다. 패싸움 장면, 칼로 얼굴을 자해하는 모습, 서클내에서의 후배구타, 입에 담기 거북한 갖가지 비속어 등이 아무런 여과없이 등장한다고 지적했다.<김동국 기자>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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