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연방수사국(FBI)은 눈에 띄는 언론발표문을 내놓았다. FBI 대변인의 이름으로 나온 짤막한 발표문의 내용은 『FBI가 63년 앨라배마주의 한 교회에서 발생한 폭발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한다』는 것이었다. 34년이나 지난 지금 웬만한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버린 사건에 대해 다시 수사를 벌인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인종갈등이 첨예했던 63년 9월15일. 앨라배마주의 한 교회에서는 폭탄테러가 발생, 네명의 10대 흑인 소녀가 목숨을 잃었다. 당시 그 교회는 흑인만이 다니는 곳이었고 앨라배마주는 인종평등정책에 대한 백인의 반발이 가장 심했던 지역이다. 때문에 악명높은 백인우월단체 「쿠 클락스 클랜(KKK)」의 소행일 것이라는 혐의가 짙었지만 지역당국의 비협조로 수사는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14년이 지난 77년에야 겨우 범인중 1명을 기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소한 3명의 공범이 더 있을 것이라는 심증에도 불구하고 FBI의 수사는 여기에서 멈출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 교회에서는 흑백인이 나란히 앉아 예배를 보고 있고, 목격자들은 물론 범인중 일부도 이미 세상을 떠났을 만큼 세월이 지났는데도 FBI는 정의를 잊지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 수사당국의 정의구현 의지는 어느정도일까? 그리 오래되지않은 군사정권시절 수많은 의혹사건이 있었던 것을 많은 사람이 지금도 기억한다. 또 정권이 바뀔때마다 터져나온 비리사건도 적지 않았다. 가깝게는 한보의혹사건이 온국민을 분노케했다.
뛰어난 수사능력을 가지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마다 우리의 검찰과 경찰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능수능란하게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 수사결과가 진실의 전부일 것으로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응분의 책임을 지우려고 끝까지 노력할뿐』이라는 재닛 리노 미 법무장관의 지당한 수사의 변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워싱턴>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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