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행동 따로따로 높은 교육수준 불구하고 기초질서 위반 및 음주운전 적발건수가 가장 많은 문제세대/“공권력에 저항심리 희미한 공동체의식” 사회·심리적 분석도「30대는 선진시민이다」
일단 외형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연령별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30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풍요롭고 틀이 잡힌 사회속에서 성장했다. 또 80년대 독재권력에 대한 저항을 통해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그 가치를 몸으로 체득한 세대라는 시대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통계상으로도 선진시민으로서의 자격은 의심할 바가 없다. 통계청의 「96 통계연감」에 따르면 30대의 학력은 전문대졸 이상이 233만여명(27.8%)으로 3분의 1이상이 고등교육을 받았으며 이전세대인 40대에 비해 해외여행 경험(15.1%)도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외형적 조건만으로도 30대들에게는 이전 세대를 「구세대」로 몰아버릴 만한 충분한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그렇다면 과연 30대들이 내용면에서도 우리사회의 미래를 낙관할만큼 한 단계 진보한 세대일까. 사실 이전 먹고살기에 바빴던 시절에 사회질서 따위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신경조차 쓰이지 않던 한가한 이야기였다. 전후 일본사회의 무질서와 체계잡힌 현재를 비교해가며 우리도 경제가 발달하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질서의식이 함께 성숙하리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무질서한, 혹은 오히려 더 악화한 현재의 상황은 이것이 전혀 잘못된 가설이었음을 모두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 교통지도계에는 그날그날 발부된 교통위반 범칙금 스티커가 하오 6시께면 몰려든다. 이 가운데 30대들의 이름이 올라있는 스티커의 비율은 어느정도나 될까.
『젊은분들이 아무래도 더 많이 단속되죠. 굳이 연령별로 나눠보지는 않았지만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많을 겁니다. 자가운전자의 비율이 높은 연령층이니까 그렇겠지요. 그렇지만 그분들이 40∼50대에 비해 매너는 솔직히 더 나쁩니다. 단속에서 적발되면 분명히 위반한 사실을 알면서도 끝까지 우기는 경우가 많아요』 굳이 비율을 따지지 않더라도 교통단속을 하고 돌아온 경찰관의 말 한마디가 30대들의 질서의식 수준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실제로 서울 종로경찰서가 4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기초질서위반으로 스티커를 발부한 327명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30대는 36.7%인 120명으로 어느 연령층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기초질서위반 행위란 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린다든가, 침을 뱉는 등 그야말로 기본적인 공공의식이 결여된 행위다.
지난 3월17일 경찰청이 전국에 걸쳐 대대적인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하면서 피적발자들의 연령, 직업, 성별 분포 등을 꼼꼼하게 분류해본 적이 있었다. 여기서도 30대의 비율은 단연 높게 나타났다. 이날 적발된 2,149명중 30대 연령층의 비율은 914명으로 무려 전체의 42.5%에 달했다. 20대는 23.3%, 40대는 27.4%, 50대 이상은 5.7%였다. 경제활동인구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29.77%를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30대의 「공공질서의식」은 선진세대라는 칭호를 부끄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30대가 선진시민의 척도라 할 수 있는 공공질서의식에서 지체현상을 보이는 것은 30대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94년 운전경험이 있는 전국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통안전규칙준수정도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평소 운전시 교통안전수칙 및 법규를 얼마나 지키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매우 잘 지키고 있다」고 응답한 30대의 비율은 응답자의 39.4%에 불과했다. 이에비해 40대와 50대는 52.6%와 51.8%의 응답자가 「매우 잘 지키고 있다」고 응답했다. 30대 스스로가 자신이 교통규칙에 소홀하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의 조사결과는 질서의식에 대한 30대의 딜레마를 보여줘 주목을 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전국성인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월드컵 등 국제행사 개최를 위해 버려야 할 국민의식」이라는 질문에 대해 30대는 「질서·시민의식미흡」을 가장 우선적인 항목으로 꼽았다. 40대와 50대는 「이기주의」항목을 꼽았다. 30대는 어느 세대보다 90년대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공공질서의식의 수준미달이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체 과장인 백준호(34)씨는 스스로 자신 세대의 질서의식을 「수준미달」이라고 평가한다. 백씨는 『그러면서도 30대만큼 사회의 공공질서의식 부재를 강도높게 비판하는 세대들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의식과 행위가 확연히 분리된 세대라는 것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는 30대의 이같은 질서의식지체현상을 『공공질서개념과 무관했던 우리사회의 풍토가 비교적 선진교육을 받은 30대들에게도 그대로 배어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문제는 30대가 「정답」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실천하지는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교수는 이와 함께 무시할 수 없는 또다른 측면이 있음을 들었다. 『과거 기존권위는 공권력으로 상징돼 왔다. 여기에 정면으로 도전해온 30대들에게는 공공질서를 준수하는 것조차 권위에 대한 복종 정도로 받아들이는 심리가 은연중 깔려있다』는 것이다.
30대가 공동체의식이 약화하는 과도기에 위치한 세대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설득력을 갖는다.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씨는 『전통적인 공동체의식이 희박해지고 대신 서구적인 합리성이 대거 밀려들어는 시기에 교육받고 성장해온 30대가 공공영역과 개인영역간에 심각한 판단의 혼란현상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가 그 화려한 외피와 달리 이전세대에 비해 선진시민의로서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질서의식만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분명한 사실은 총인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30대의 의식수준」이 높아질수록 우리사회 전체의 질서수준이 향상될 것이라는 점이다.<이동훈 기자>이동훈>
◎30대의 61.8%가 우리국민 질서의식을 수준이하로 생각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운전유경험자 3,000명을 대상으로 94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0대 응답자 240명 중 「매우 잘 지키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9.4%. 「어느정도 잘 지키고 있는편」이라는 응답은 50.9%, 「그다지 지키지 않고 있는 편」은 9.4 %,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항목에는 0.4%가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 중 「매우 잘 지키고 있다」와 「어느 정도 잘 지키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94.1%를 보여 30대들은 교통법규 준수에 있어 다른세대에 비해 그다지 잘 지키고 있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30대 300명을 대상으로 「월드컵 등 국제대회를 앞두고 가장 먼저버려야 할 국민의식」이라는 주제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질서·시민의식 미흡」(38.7%)을 가장 우선적 버려야 할 국민의식으로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 「이기주의」(31.3%) 「주의의식 미흡」(15.0%) 「물질 만능주의」(9.6%) 「자율정신 미흡」(5.4%) 순이었다.
「우리국민의 공공장소에서의 질서의식 수준은 어느정도로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30대 응답자의 37.9%가 「매우 좋다」 「대체로 좋은 편」이라고 긍정적으로, 61.8%가 「대체로 나쁜 편」 「매우 나쁘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려 30대의 상당수가 우리사회의 질서의식을 수준이하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요일밤에’ 이경규/“우리세대 제대로된 질서교육 못받았어요”
개그맨 이경규(37)씨는 스스로 자신의 세대에 불만이 많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프로그램에서 「이경규가 간다」는 코너를 맡게된 이후 이씨는 30대의 질서의식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코너를 통해 「양심 냉장고」를 탄 시민 대부분이 40, 50대인 점을 보면 30대인 이씨의 불만은 당연한 듯 싶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언젠가 30대들이 대거 양심 냉장고를 탄 적이 있습니다. 양방향 차량 10대가 모두 횡단보도앞 정지선을 잘 지켰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인근 회사 30대 직장인들이 제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작전」을 한 거였어요』
30대들의 질서의식이 이전 세대보다 희박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씨는 30대가 질서교육을 제대로 받지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질서는 배워서 습관화하는 것인데 30대는 초·중·고교 시절 남을 먼저 생각하거나 기다릴 줄 아는 미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게 이씨의 생각이다. 이씨는 『학교에서 질서의식을 제대로 배워본 기억이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30대의 가장 부족한 질서의식으로 음주문화를 꼽았다. 이 코너를 맡은 이후 술을 끊은 이씨는 『격동기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가 다른 세대보다 과음하는 것을 탓할 순 없지만 음주운전 단속에서 30대가 가장 많이 적발된다는 사실은 30대가 술을 잘못 배웠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30대 직장인의 특징에 대한 이씨의 분석은 예리하다. 30대 직장인은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는 관대하지만 조직이나 공동체의 규범에는 익숙치 않으며 동료 전체를 배려하는 의식 역시 부족하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씨는 30대의 질서의식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
『30줄에 접어들어 나이를 먹고 애를 키우면서 더불어 산다는 것의 중요성을 피부로 절감하게 됩니다. 특히 80년대 민주화과정을 겪은 30대는 60, 70년대를 거친 세대보다 더 빠르게 공동체의 질서를 체득화, 습관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30대는 사회를 지탱하는 허리이며, 휘청거리는 질서를 제대로 떠받칠 수 있는 것도 30대입니다』<유병률 기자>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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