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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로서 한국어교육/프란시스코 카란사(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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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로서 한국어교육/프란시스코 카란사(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7.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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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다. 김포공항으로 가는 길이 체증을 빚는 걸 보면 방학중 해외여행은 이젠 일반화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사람이 없는 곳이 없다. 그런데 한국인만 외국으로 나가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없을까. 아니다. 이젠 웬만한 중소도시에서도 외국인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불법체류를 감수하며 한푼 두푼 돈을 벌고 있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영어 배우기 붐 덕분에 세금 한푼 내지 않으며 신나게 살아가는 「급조된 선생님들」도 있다. 한국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국은 이제 지구촌의 한 일원이며, 굳이 거창한 구호를 내걸지 않아도 세계화는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수는 갈수록 늘 것이며 따라서 한국학을 전공하려는 이들도 늘어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장 제기되는 문제가 한국어 교육이다. 한국의 역사, 경제, 정치, 문학, 언어학이야 전문가들이 있으니 문제가 안된다지만 한국학의 기본이랄 수 있는 한국어 교육에는 전문가가 없는듯 하다. 물론 현재도 대학을 비롯한 여러기관에서 한국어 강좌를 열고 있고 또 훌륭한 강사진이 있지만 사실 이들중에서 제2외국어로서의 한국어에 대한 교육을 전공한 사람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것은 그런 명칭의 과나 과목이 어느 대학에도 없다는 것을 보면 자명하다.

며칠전의 일이다. 집근처에 있는 상가에서 물건을 사고 있는데 예쁜 금발 아가씨가 어린 남매와 같이 들어왔다. 아가씨는 수족관 앞에서 열심히 영어로 설명했다. 『얘들아, 이것봐라. 이게 거북이란다. 거북이의 색깔이 뭐니』 그러나 남매의 얼굴에는 반응이 없다. 선생님의 영어가 너무 빨라 못 알아듣는 건지, 아니면 아이스크림 가게에 정신이 팔려서인지 모르겠지만 두아이의 얼굴은 전혀 무덤덤하다. 선생님은 반응이 없는 아이들에 익숙했다. 도마뱀, 새를 영어 단어로 몇번 발음하더니 견학 수업을 마쳤다. 한가지를 가지고 다 평할 수는 없겠지만, 그 선생님이 영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치는 전공을 했다거나 그와 유사한 학문을 전공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모국어라는 그 이유 하나로 과감히 영어를 가르치고 또 부모들은 원어교사라는 조건 하나로 아이들의 영어공부를 맡긴 것임이 틀림없었다.

현재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은 많지 않으나 앞으로 점차 증가할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단지 한국인이라는 사실 하나로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지 걱정이다. 외국인이라고 모두 다 자신의 모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한국인이라고 다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외국 학문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는 한국관련 학문들을 외국인에게 가르치는 것에 눈을 돌려야할 것이며 그 초등단계인 한국어 교육자양성은 한국의 대학이 해결해야할 시급한 과제이다.<한국외대교수·페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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