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가자 날씨만큼이나 잔뜩 찌푸렸던 기상청 직원들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사실 올 장마동안 기상청만큼 고전한 정부기관은 없을 것이다. 비가 많이 온다고 예보를 내면 소나기만 몇방울 후두둑 떨어지다 말고, 강우량이 적겠다고 예보하기만하면 어김없이 집중호우가 쏟아부었다.이 때문에 휴일나들이 계획을 세웠다 낭패를 당한 직장인들과 물관리에 신경을 써야하는 농민, 상품과 자재를 야적해둔 기업체 등 각계각층으로부터 항의전화를 받느라 장마기간 내내 곤욕을 치렀다. 『기상예보장비를 개선하려고 일부러 빗나간 예보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음해성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 보면 기상청만 마냥 욕할 수는 없다.
사실 장마철에는 기상예보가 매우 어렵다. 대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보통 시기에는 중국의 기압패턴을 잘 읽으면 며칠 또는 몇시간 뒤 우리나라 날씨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장마는 북태평양기단과 대륙기단의 세력에 따라 불규칙한 남북운동을 하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 중국 인도 등에서도 장마철 예보는 절반이 오보다.
특히 올해 장마는 장기예보에서 언급했듯 좁은 구역에만 구름이 형성돼 집중호우를 뿌린 뒤 이내 그치는 「게릴라장마」여서 예보가 무척 어려웠다. 이달초 중국 남부지방과 일본 규슈(구주)지방에 내린 호우도 양국 기상당국이 강우량이 400㎜에 이를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해 혼쭐이 났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예보에 대한 기대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기상청이 겪는 어려움의 하나라고 기상청관계자들은 흔히 말한다. 사실 장마 시작과 종료일을 예보하는 것도 동아시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
국민들의 기상청에 대한 불만은 바로 정부에 대한 불만이다. 이 기회에 기상장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일기예보만이라도 믿음을 받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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