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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재발의 위험을 안고(동창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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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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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휴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남북간의 교전은 6·25가 또 한번 터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을 주며 우리 모두를 매우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1950년 6월25일 새벽 인민군이 38선 전역에서 남침을 감행하기 얼마 전에도 38선에서 소규모의 총격전이 몇차례 벌어졌던 것이 사실이고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것이 전쟁의 전주곡이었음이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불안에 떨고 있는지도 모른다.황장엽씨는 최근에 있었던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은 전쟁준비를 완료하고 다시 남침할 기회만 노리고 있기 때문에 남한의 우리가 정신차리지 못하면 민족의 비극이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리에게 일러주어서 어느 정도는 긴장하고 있는 터에 북은 황씨의 증언을 뒷받침이나 하듯 고의적인 도전을 시도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남한의 지도층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6·25를 방불케 하는 대규모의 남침이 반드시 일어난다는 전제를 가지고 우리는 이 현실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북의 남침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을 때에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세살난 어린이도 알고 있을법한 상식적인 이야기다. 6·25의 남침이 왜 시작되었던가. 우리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멍청하게 있다는 사실을 김일성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철통같은 국방의 태세로 반격의 준비가 다 돼 있었다면 남침이라는 무모한 불장난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황씨의 전쟁위기설을 현정권은 악용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쟁이 일단 터지고 나면 정권이 누구 손에 넘어가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을 뿐더러, 여야도 없고 기득권도 없고 소외계층도 없고 부자도 없고 가난뱅이도 없고 사용자도 없고 노동자도 없고 좋은 대학교도 없고 나쁜 대학교도 없다. 오직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만이 남는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전쟁은 인류사회 최고의 악인 것만은 확실하다. 죽이지 않으면 죽임을 당하게 되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에는 도덕이 없다.

그 무서운 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우리가 이 엄청난 비극의 개막을 눈 앞에 분명히 보면서도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6·25를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방하지 않았다. 제2의 6·25를 사전에 막아내지 못하면 천추의 한이 될 것만은 확실하지 아니한가. 북의 경제난이 극심하여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사실은 두가지의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하나는 배고픈 인민을 앞세우고는 전쟁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고 또 하나는 이런 참혹한 상황에서의 탈출구는 오직 하나―전쟁을 도발하는 그 길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두가지의 가능성 중에서 전자를 택하는 경향이 농후하였다. 『배고픈 사람들이 전쟁은 무슨 전쟁』 이렇게 뇌까리며 전쟁의 가능성을 매우 가볍게 다루어왔다. 그러나 황장엽씨가 기자회견을 한 뒤로 국민의 의식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국민의 71%는 황씨의 기자회견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황씨가 평양에서 서울로 온 것은 민족의 평화적 통일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믿는다.

우리에겐 핵무기가 필요한데 우방인 미국은 왜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에게 핵무기가 있으면 한국전쟁의 재판은 불가능한 것이 된다. 그렇게만 되면 중국도 일본도 한국을 넘보지 못하기 때문에 제3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핵무기를 가지는 것만이 동양평화를 가능케 한다. 우리에게 핵무기가 있으면 임진왜란의 재판도, 병자호란의 재판도 불가능하게 된다. 서양의 평화를 미국이 책임져야 한다면 동양의 평화는 한국이 책임지게 될 것이다.

전쟁 재발의 위험을 안고 우리는 위대한 지도자의 출현을 고대한다. 한반도로 하여금 태평양시대의 주역이 되게 하는 그런 힘있는 지도자를 우리는 학수고대하고 있다.<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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