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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탱고?/한기봉 특집기획국 편집위원(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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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탱고?/한기봉 특집기획국 편집위원(앞과 뒤)

입력
1997.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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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72년 작품. 반사회적 대사, 도발적 성행위 장면이 가득하다. 그러나 세계 영화사를 움직인 걸작으로 인정하는 데 평론가들은 주저않는다. 이 영화는 외설이라는 이유로 다섯 번이나 수입이 불허됐다 지난해 겨울 국내에서 개봉됐다. 제작된 지 24년. 아마도 지구촌 마지막 개봉이었을 것이다. 「서울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이쯤에서 끝내야하지 않을까라고 「앞과 뒤」에서 쓴 적이 있다.문화와 권위는 근본적으로 충돌할 운명인가? 문화는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권위를 조롱하고 깨부수려 한다. 권위는 도덕과 가치를 앞세워 앞서 나가려는 문화를 끌어 내린다. 권위는 곧 권력이다. 그리고 그 수단은 법과 심의, 가위(검열)다.

또 한번 부딪치고 있다. 장정일이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법정구속된 후 이번에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다. 영화사를 새로 쓰게 했다는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작품. 그러나 『동성애가 주제여서 우리 실정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권력(공륜)에 의해 수입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또 한번의 탱고? 이 영화는 4월 칸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을 받았다. 문화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거꾸로 세계적인 것은 한국적이 될 수 없는 시대로 우리는 가고 있는게 아닐까? 「세계화」주장은 여전히 유효한 채로. 원천봉쇄의 시대에 문화적 경쟁력이 갈 곳은?

표현의 자유를 법원으로부터 쟁취한 미국 포르노잡지 「허슬러」의 발행인 래리 플린트. 그는 자신의 일대기를 그린 밀로스 포먼 감독의 「래리 플린트」(국내 상영중)에서 이렇게 권력과 문화를 빗댄다.

『살인은 불법이다. 그러나 전쟁사진은 퓰리처상을 받는다. 섹스는 합법이다. 그러나 섹스사진을 게재하면 감옥에 가야 한다. 뭐가 더 유해한가?』

동성애는 우리 사회에서도 엄연히 실체가 존재하는 소수문화다.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포르노와는 다르다. 그러나 동성애 영화는 불법이라고? 동성애를 찬미한 것도 아닌데. 문화는 그저 문화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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