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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비상,정부가 나설 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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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비상,정부가 나설 때(사설)

입력
1997.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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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지금 비상국면에 처해 있다. 기아그룹사태와 이에 따른 금융권의 총체적 위기감, 동남아 국가들의 외환파동의 국내적 악영향 등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대내외적 요인들이 폭발성을 지니고 있다. 최근 야기된 경제상황을 접하며 우리는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냉철히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면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정부가 기아의 회생과 금융시장의 문제 해결에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작금의 경제상황은 정부가 원칙론에 얽매여 좌고우면하다 정책대응을 실기할 경우 경제가 파국적 상태로 추락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기아그룹사태는 4,000여 1차협력업체를 비롯, 1만7,000개가 넘는 관련업체의 부도도미노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단 기아사태가 아니더라도 자동차업계의 전반적인 불황으로 곤경에 처한 자동차부품 및 관련업계는 기아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이는 곧 국내 전체 자동차업계의 위기를 의미한다. 뒤따를 대량실업과 지역경제의 붕괴도 간과할 수 없다.

기아사태는 그동안 한보 등 대형부도로 기진맥진한 금융권에 결정타를 가하고 있다. 기아사태가 더해지면서 금융권은 21조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으로 신용위기를 안고 있다. 특히 한보 진로 등 잇단 대형재벌의 도산과 부도유예조치에 직접 연관된 몇몇 은행은 사실상 자력갱생이 어렵게 돼있다. 금융권창구의 경색은 또다른 대형부도를 유발하고 중소기업의 연쇄부도사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금융공황에 대한 우려를 경시해서는 안된다.

기아사태로 빚어진 금융권의 부실화는 해외차입 등 대외금융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미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이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한 재평가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코리안 프리미엄의 재연과 함께 국내환율의 불안도 우려되고 있다. 대외적인 신용추락에 대한 대처가 시급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동안 엔강세의 추세를 타고 오랜 불황의 터널을 벗어날 조짐을 보이던 우리 경제가 기아사태가 확대될 경우 다시 침체의 늪으로 미끄러들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의 주력시장인 동남아 시장마저 태국의 외환위기가 파급되면서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경기회복의 기대를 저상시키고 있다.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정책은 선택이다. 최선책이 아니면 차선책을 택해야 한다. 대국적 입장에서 무엇이 국민경제의 장래에 더 이익인가를 따져 소신있는 판단이 필요하다. 경제는 현실이다. 시장경제원리도 중요하지만 위기국면에서 금과옥조일 수만은 없다. 정부가 정직하고 확고한 리더십으로 신속히 신용질서의 회복과 기아의 회생에 적극 나설 때라고 본다. 우리 경제의 최고의 공신력은 정부다. 기아의 정상화와 금융권의 안정에 대한 정부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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