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대외신뢰도 급락/사무소 등 3∼4개 허가 안내줘/해외차입·영업 막대한 차질 우려/OECD 회원국대상 “이례적”한보·삼미그룹 부도사태에 이어 최근 재계 8위의 기아그룹마저 「부도방지협약」적용대상기업으로 선정, 국내 금융기관의 대외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FRB)가 현지에 진출예정인 한국계 금융기관에 대해 한국정부의 보증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FRB는 올들어 미국에 영업점 및 사무소 설치를 신청한 3, 4개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설치승인의 전제조건으로 이들 기관에 대한 한국정부의 보증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RB는 한보사태가 터지기 이전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금융기관이 출장소나 사무소설치를 신청하면 해당 금융기관의 신용상태와 적합성만을 평가, 개별적으로 설치여부를 승인해 왔다.
미국 금융감독당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민간은행에 대해 관련 정부의 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대외신용도가 아주 낮은 후진국 금융기관에는 정부보증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선진국으로 공인된 OECD 회원국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이런 사례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한국의 금융기관의 대외신용도가 크게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국내 금융기관이 대외진출이나 해외차입에 있어 심각한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의 안전성에 대해 미국측이 정부차원의 보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한보사태이후 계속된 대기업의 부도로 인해 고조되고 있는 한국 금융시스템 전체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불신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에 파견되어있는 국내은행 관계자는 『FRB는 최근 대형기업의 잇단 부도로 한국금융시장은 개별은행의 건전성 문제를 떠나 금융시스템 자체의 안전성이 위협받는 상황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곳 미국 관료들로부터 「한국정부가 건전성과 안전성을 보장해준 기관에 대해서만 일괄적으로 승인신청을 내줄 방침」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재정경제원은 아직 미국측으로부터 이같은 요구를 받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재경원 관계자는 『미국이 금융기관에 대한 보증을 요청한다면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금융협상에서 외국금융기관의 상업적 주재에 대해 자유화를 추진하는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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