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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침몰 ‘정치오염’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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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침몰 ‘정치오염’도 한몫

입력
1997.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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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능력보다 정치권의식 의원·연줄인사 등 중용/외풍 무방비로 전문경영인 체제 왜곡 효율성 떨어뜨려기아그룹이 좌초된데는 그룹경영 전반에 스며있는 정치논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봉고신화」로 재기에 성공했던 80년대에는 정치권의 간섭도 없었고 최고경영진이 정치권의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어 전문경영인체제의 장점이 제대로 살아났으나 90년대 들어서면서 정치논리가 개입되기 시작해 전문경영인체제가 왜곡되어 경영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정치논리개입의 흔적은 주요 계열사 사장인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기아그룹을 부실의 늪으로 내몬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주)기산의 경우 엊그제까지만 해도 이신행 신한국당의원이 부회장으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원은 92년 총선에서도 여당후보로 출마하여 낙선한 후 96년 총선에서 당선됐다. 기산의 한 관계자는 『선거때마다 주요 임직원들이 자의반타의반으로 운동에 동원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회사경영이 잘 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총선당시 그룹내부에서는 정경분리차원에서 회사와의 관계를 청산한 다음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으나 묵살되고 말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원은 기아그룹이 부도방지협약대상기업으로 선정된 직후의 문책성 인사에서 경영일선에서 퇴진, 고문에 임명됐다.

김영석 전 아시아자동차 사장의 인사배경도 석연치 않다. 김 전사장은 대학졸업후 보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보험맨 출신인데도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다른 자동차회사 사장으로 전격 영입되어 재계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기아그룹에서는 금융부문을 보강하기 위해 영입했다고 해명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시 시중에는 여권의 고위실력자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김 전사장도 이의원과함께 최근의 인사에서 고문으로 물러났다.

기아자동차판매의 도재영 부회장도 특이한 케이스다. 도부회장은 92년까지만 해도 그룹내에서 외형상 20위권에 불과한 계열사를 맡고 있었으나 문민정부 출범이후 그룹내 5위권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써비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도부회장은 김영삼 대통령의 손아래 동서다.

기아그룹은 지분이나 창업자와의 관계, 소유분산 등의 측면에서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고경영자가 경영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거나 인사조치되지 않는 또 다른 형태의 개인그룹이나 마찬가지였다. 전체지분의 40%가량을 갖고있는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사실상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있고 19%가량의 지분을 갖고있는 외국제휴선은 합작계약서에 아예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잘못된 경영에 대한 견제력을 가질 수 없도록 돼있다. 최고경영진이 경영을 잘못했을 경우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미국식 전문경영인체제와는 전혀 다르다.

기아는 「주인이 없는 그룹」으로서 전문경영인들이 경영을 하기 때문에 경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지만 외풍을 막아줄만한 장치가 없어 언제든지 정치논리가 스며들 수 있는 단점도 갖고 있다. 80년대에는 전문경영인체제의 장점이 살아나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90년대 들어서는 단점이 장점을 압도,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기아그룹 회생의 키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논리에 오염되어 있는 경영체제를 하루빨리 정화하여 경제논리가 통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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