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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여자화장실의 몰래카메라/장인태 변호사(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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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여자화장실의 몰래카메라/장인태 변호사(전문가 진단)

입력
1997.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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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진보·정보화속 프라이버시 설 곳 잃어/사생활침해 처벌토록 법률적 토대 마련 시급백화점 매장내 여자화장실에 비밀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나만의 공간으로 믿었던 화장실까지 비밀카메라가 침투해 도찰행위를 했다고 하니 아연해 질 수 밖에 없다. 분명 자유를 구가하는 시대인데 말하는 것조차 어쩐지 자유스럽지 못하고 행동거지도 마찬가지다. 올바른 의사표시와 정당한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것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 기술발달로 도청이 도찰로 그 영역을 확대해 가는 느낌이다.

도청과는 달리 이러한 도찰행위에 대한 처벌근거가 현행법상 명시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집단소송의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우리의 실정을 감안해볼 때, 이러한 법질서 파괴행위에 대해서는 형사법적으로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일반 법감정인 것같다.

국민 사생활 침해와 관련하여 최근 정부가 추진중인 전자주민카드제 또한 논란의 소지가 많다. 아직 기본적인 프라이버시 보호법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실정인데 프라이버시 침해의 가능성이 있는 이 제도의 도입은 헌법위반의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사생활 보호의 측면에서 본다면 힘에 의한 독재보다 더 무서운 인간존엄의 침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처럼 국민의 권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정보화사업이라는 미명아래 서둘러 입법화를 추진해서는 안될 것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졸속행정은 사라질 때가 되었다.

핀홀(Pin Hole)카메라로 불리는 극소형 카메라는 바늘구멍 크기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위장설치할 수 있다고 한다. 더욱이 이러한 제품들은 전자상가 등에서 손쉽게 구입이 가능하다고 하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비밀카메라 공포증에 빠질만도 하다. 사태의 심각성이 여기에 이르니 사생활 침해행위에 대해 처벌이 가능한 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자유민주주의 역사는 사생활 비밀보호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생활의 자주적 영역이나 그 고유의 생활공간에 획일적 추종을 강요하는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입장은 인간 존엄성의 존속이 인정되는 체제, 즉 사생활의 불가침과 자유의 보장에서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과거에는 프라이버시의 권리가 명예훼손이나 불법행위로 다루어졌으나 미국 판례에서 공법상 권리로 인정된 이래 유엔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에서 처음 입법화했고,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제5공화국 헌법에서 명문화했다. 근대산업사회에서 프라이버시의 권리란 가만히 있게 두는 것(The Right To Be Let Alone)정도가 그 근간을 이루어 왔다. 개인이 자기 의사에 반하여 사생활의 영역을 관념적으로 침해당하거나 공표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현대정보사회에서는 전자산업의 발달로 개인에 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하거나 대량 집적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진보와 정보화가 되면 될수록 개개인은 자칫 정보의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정보의 노예가 되기 쉽다. 불순한 정보수집기관을 그대로 방치해둔다면 아무리 헌법상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을 보장하고 있다고 해도 이는 한낱 공문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 우리도 프라이버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한 때다. 어린이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치명적인 상처를 받을 수 있듯이 이용자의 의도나 언동이 아무리 경미한 것이라 할지라도 피해자에게는 불쾌함과 혐오감을 유발하고 심지어는 재산과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원래 법은 그 보수적 속성으로 급변하는 시대를 쫓아가기가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법이란 어두움을 밝히는 빛은 못되더라도 최소한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의 역할은 감당해야 한다. 독일은 80년 형법개정을 통해 환경에 대한 죄를 신설하였다.

이른바 위험사회(Risikogesellschaft)의 대표적인 범죄형태의 하나로 환경범죄를 입법화하였다. 오늘날 정보화사회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위험사회로 치닫고 있다. 더 큰 위험이 우리앞에 다가서기 전에 위험사회의 형법적 기능을 담당한다는 차원에서 프라이버시 보호법 등 사생활 침해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의 신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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