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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지킨건 큰 사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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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지킨건 큰 사랑이었어요”

입력
1997.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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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처럼 돌봐주시던 수위아저씨 영전에/개포고 학생들 “잊을 수 없는 스승” 추모신문서울 개포고(교장 김재영) 신문부는 18일 방학식을 하루 앞두고 지난 11일 타계한 수위 정홍모(57)씨를 추모하는 신문을 제작했다. 요즘 세태에서 보기드문 감동적인 일이다.

「아저씨, 보고 싶어요」라는 글을 기고한 김대건·이용범군은 「언제나 교문에서 반갑게 맞아 주시던 수위아저씨께서 전교생의 간절한 쾌유기도에도 불구하고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지만 우리는 아저씨를 영원히 잊을 수 없습니다」고 썼다. 학생들은 이미 병상에 전달한 1천2백만원 외에 가족을 위해 성금을 추가로 모금하기로 했다고 신문에서 밝혔다.

서울 개포고 학생들에게 정씨는 존경받는 스승이었다. 그는 늘 해맑은 웃음과 따뜻한 말로 학생들에게 「사랑」을 베풀었다. 폐렴으로 사망하기까지 그는 학생들을 친자식 돌보듯 마음으로 가르치며 교수가 되고 싶었던 젊을 적의 꿈을 대신해 존경을 받아왔다.

이성민(16·2년)양은 『까만 얼굴에 이를 드러내며 항상 함박웃음을 웃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배가 고프다고 하면 라면을 손수 끓여주기도 하셨다』고 말했다.

유은혜(18·3년)양은 『겨울이면 수위실 난롯가로 불러 「지금은 힘들어도 열심히 공부해야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격려해 주시곤 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2학년 부회장 김재우(17)군은 『수업시간에 대느라 빠뜨리고 온 도시락을 부모님이 수위실에 맡기면 직접 교실까지 갖다주시던 아저씨였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렇게 정씨가 배달했던 도시락은 하루에 30여개 안팎이나 됐다.

정씨는 또 교내 빈터 곳곳에 꽃밭을 만들어 철따라 꽃이 피게 하고는 학생들에게 『네가 사랑하는 만큼 예쁜 꽃이 핀단다』며 꽃씨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정씨는 전북대 정외과 출신으로 4년동안 장학생이었다. 지도교수들은 정씨에게 『계속 공부해 교수가 돼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고학하는 정씨에게 교수의 꿈은 사치였다. 정씨는 한때 정계에 입문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그후 여러직장을 전전했다. 오랜 방황끝에 87년 용산고 수위로 취직했다. 비록 10급 기능직공무원이었지만 정씨는 보람있는 자리로 늘 소중히 여겼다.

90년 개포고로 옮기면서 정씨는 대학원 진학을 꿈꾸던중 지난 4월 폐질환으로 입원했다. 학생들 사이에 모금운동이 시작됐고 교직원 졸업생 학부모까지 동참했다. 윤리부장 김명진 교사는 『정씨는 학생들에게 사랑을 심어준 참 스승이었으며 선생님들에게도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신 훌륭한 분이셨다』고 회고했다.<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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