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말이 옳다』는 말을 하기까지 20년이 걸렸구나. 16일 내려진 동성동본 금혼조항 위헌판결을 보면서 느낀 소감이다.58년 민법제정과 동시에 등장한 동성동본 금혼 조항은 남자로 이어지는 핏줄만을 인정함으로써 합리성은 전혀 없는 법규정. 이에 대한 폐지운동은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77년 혼인문제 신고센터를 개설하면서 본격화했다. 당시만 해도 유림의 거센 반대로 동성동본 금혼규정을 폐지하려는 여성운동가들은 「동방예의지국의 윤리를 땅에 떨어뜨리려는 패륜아」로 매도되곤 했다.
유림의 반대가 거세고 그에 따른 보수적 유권자를 의식해서 입법부도 행정부도 사법부도 동성동본 금혼규정 폐지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궁여지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안이 동성동본 부부를 구제하는 한시적인 혼인신고 특례법.
78년 88년 96년 세차례에 걸쳐 시행되었다. 대개 사실혼으로 살고있는 동성동본 부부들이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낼때쯤이면 「사생아」로 올려야 하는가를 고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례법은 얼추 비슷하게 등장해 온 셈. 95년에는 동성동본이라도 외국에서 결혼, 혼인증명을 받았으면 국내에서 혼인신고가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나오기도 했다. 마음으로는 동성동본 금혼폐지가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나약한 지식인의 절충방식이었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틀린 것이 바로잡혔다는 점에서도 반갑지만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할 수 있는」용기를 우리 사회가 되찾았다는데서도 박수를 보내야 할 일이다.
아직도 쌍둥이 남매의 주민등록번호 등재는 여아가 먼저 태어나도 남아를 앞세운다거나 호주의 우선순위가 무조건 아들에게 주어지는 점 등 불합리한 법조항과 규정은 많다. 이런 점에 대해 「그 말이 옳다」며 잘못을 시정하기까지는 또 몇년이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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