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에는 자력갱생이 최선이다. 지금 재계와 금융계에 엄청난 불안과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기아그룹의 위기수습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정부와 채권 은행단은 아직 구체적 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으나 지금으로서는 제3자 인수는 고려치 않고 있고 우선 기아그룹측의 자구노력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기아그룹에 일단 기회를 주겠다는 자세다. 합리적인 판단이다.기아그룹이 업종전문화에 충실했고 주식분산이 잘 돼있는 「국민기업」이라는 모범성 때문에 가능하다면 기사회생시켜야 한다는 국민여론도 있지만 경제측면에서 보더라도 자구회생이 가장 값이 싸고 효율적이다. 기아그룹측에 자구기회를 주어보기도 전에 자동차산업의 경기전망이나 기아그룹 경영실태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제3자에의 인수 등을 거론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고 경솔한 것이다.
뭣보다 중요한 것은 기아그룹 자체가 환골탈태의 자구의지와 자구책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 「애정」에 화답하고 채권은행과 정부가 신뢰감을 가질 수 있는 획기적이고 사심없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기아그룹 노사는 그들이 생사의 벼랑위에 서 있다는 것을 절감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인식하고 기업과 그룹의 회생을 위해 어떠한 대가도 지불하겠다는 자세로 나온다면 회생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생즉사, 사즉생이라 한다. 기업에도 적용된다고 본다.
미국의 제3대 자동차메이커인 크라이슬러의 재기신화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70년대말 무모한 투자와 불황에 따라 경영위기에 부닥쳤던 크라이슬러사는 장기집권했던 리카도 회장이 스스로 퇴진하고 포드 부사장이었던 리 아이아코카를 새회장으로 영입했다. 이 회사는 신임 아이아코카 회장 아래에서 연방정부에 15억달러 지불보증을 요청하는 긴급자구책을 마련, 제2탄생의 길을 열게 된 것이다.
정부지원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크라이슬러 관계자들 모두가 자기 몫을 희생했다. 새 회장 아래 고위경영진이 사실상 전원교체됐다. 노조는 임금 2년 동결에 동의했고 협력업체들은 납품대금 지불연기 및 납품가 동결을 수용했고 125개 채권은행들은 대출금(11억달러)의 상환연장 및 주식전환에 동의했다. 감원도 8만여명 절반 이상이었다. 크라이슬러는 약 2년만에 흑자로 전환, 부활의 신화를 창조했다. 이는 또한 미국의 철학인 시장경제의 원칙을 거슬러 얻은 변칙의 승리였다.
기아도 경영자들이 경영부실의 책임을 지고 교체돼야 한다. 노조도 올해 한해 뿐만 아니라 재기할 때까지 임금동결을 수용하는 등 협력의 굳은 의지를 보여야 한다. 산하계열 기업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해외사업도 수익전망이 뚜렷지 않은 것은 정리해야 한다. 인력도 대폭 감축해야 한다. 현행의 구조개선, 즉 3조원 조성, 5,000명 감원계획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한편 정부와 채권금융단은 기아그룹의 자구계획이 진지하다고 판단되면 그것이 성공할 수 있게 강력히 지원해야 한다. 지원에 인색지 말아야 한다. 회생의 신화를 다시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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