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보원. 장졔스(장개석)가 45년 8월15일 「패전국」 일본처리문제와 관련하여 내놓은 슬로건이다. 「은혜로써 원한을 갚자」라는 내용의 이 슬로건은 일견 도덕적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지극히 실리적인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를 군사적으로 패배시키지 못한 중국이 패전에도 불구 「막강한」 일본군대를 중국 땅에서 하루빨리 철수시키는데 이 슬로건이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식량지원과 함정까지 동원해가며 일본군의 철수를 도왔다. 이런 의미에서 「이덕보원」은 자신의 실력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그 것을 멋지게 포장한 중국 실리외교의 정화이다.일국양제. 덩샤오핑(등소평)이 영국으로 하여금 「식민지」 홍콩을 내놓게 한 이 슬로건과 「이덕보원」은 맥이 통한다. 중국민족에게 홍콩할양은 치욕이상의 것이다. 「제국주의」 영국은 자유무역원칙 구현이라는 미명아래 중국인들에게 마약의 자유로운 유통을 강요했고 「힘없는」 중국은 그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홍콩은 바로 그 수모의 상징이었다. 회교도들은 십자군이 팔레스타인에 세운 예루살렘 왕국을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으로 멸망시켰다. 그러나 중국은 서세동점의 상징에서 영국이 잔치를 벌이며 「명예롭게」후퇴할 길을 열어주었다. 「살라딘의 영광」을 지향하며 포클랜드와 쿠웨이트를 강제로 회복하려던 「힘없는」 아르헨티나와 이라크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러나 중국은 모든 것을 얻었다.
서희 장군. 7월의 호국인물로 선정된 고려조의 그는 「고려는 고구려의 후신」이라는 슬로건으로 요의 수십만 침략군을 철군시켰다. 국제정세에 대한 정확한 판단, 국력에 대한 냉철한 계량, 그리고 그것을 종합한 외교적 창조력이 가져다준 결과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기말은 한 시대가 끝나고 새시대를 잉태하는 격동기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용이 풍년을 이룬 정치의 계절에 대외적 비전의 빈곤은 눈을 밖으로, 또 과거로 돌리게 만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