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위기에 몰린 기아그룹이 자력갱생이든 제3자인수 등 정상화의 궤도로 진입하기 위해선 몇가지 중요한 문제를 풀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업종전문화기업, 오너없는 기업, 외국인 합작기업 등 일반적 국내재벌들과는 다른 독특한 구조로 인해 기아그룹은 통상적인 부실기업정리 모델을 적용할 수 없으며 이는 기아그룹 정상화를 매우 어렵게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채권은행단과 업계는 기아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3가지 중대변수로 지분구조의 복잡성, 기아특수강 처리향방, 현 경영진의 거취를 꼽고 있다.◎독특한 지분분포/오너없어 제3자인수 걸림돌/포드사 등 비토 가능성도
기아그룹의 「오너없는 지분분포」는 향후 기아의 제3자인수 추진과정에서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현재 기아자동차의 주식분포를 보면 ▲임직원 14.19% ▲포드(마쓰다 포함) 16.91% ▲협력사 8.68% ▲삼성 6.31% ▲현대 2.14% 등으로 외형상 절대주주가 없어 제3자 인수시 「누구의 주식을 팔 것인가」란 근본적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채권단은 기아자동차를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그 대상주식을 임직원 및 협력사지분으로 상정하는 분위기다. 채권은행 고위관계자는 『23%에 달하는 임직원 및 협력사 지분은 사실상 김선홍 회장이 컨트롤한다고 본다. 김회장이 결정하고 설득만하면 임직원 및 협력사지분이 매각대상이 될 확률이 높으며 예컨대 삼성이든 현대든 이를 사들인다면 안정적 경영권행사(지분 25%이상)가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임직원 및 협력사가 이에 불응한다면 3자인수는 아주 어려워질 것이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해외투자자의 문제. 증자 합병 인수 및 경영진교체까지 기아의 미래를 좌우할 모든 결정은 최대주주인 포드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포드사가 파트너를 직접 고를수는 없겠지만 특정파트너를 거부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해외투자자들은 지분범위내에서 「비토권」을 행사할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칫덩어리 기아특수강/부실주범으로 인수자 나설지 의문
기아의 장래는 기아특수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있다. 한보 삼미 대농 등 여타 부실기업과는 달리 기아의 몰락은 주력회사(기아자동차) 아닌 방계회사에서 비롯됐다.
그룹전체를 부실로 전염시킨 주범은 바로 기아특수강. 지난해 기아특수강은 그룹 전체적자의 70%에 가까운 89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군산공장 건설에 약 1조원이 들어가는 등 자금난의 진원지이기도 했다.
문제는 기아특수강을 사갈 곳이 별로 없을 것이란 점이다. 기아특수강 군산공장은 연산 80만톤규모의 초대형 공장이지만 특수강 국내수요는 고작 연 10만톤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과잉투자의 대형공장을 과연 누구 선뜻 인수하겠느냐는 것이다.
기아그룹은 기아특수강을 현재 매각대상으로 상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기아자동차는 비교적 건실하기 때문에 특수강을 떼낸다면 기아는 자력갱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특수강을 계속 떠안고 간다면 자동차까지 제3자인수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선홍 회장의 역할/“회생 앞장서겠다” 건재 과시/금융권선 퇴진 불가피론
기아그룹의 장래는 김선홍 회장의 거취와도 직접적으로 닿아있다.
기아그룹을 재계 8위까지 끌어올린 주역인 김회장은 부도유예결정 이후에도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고, 기업회생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 등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김회장은 16일 대대적인 문책인사를 단행하고 자구노력계획을 밝혀 물러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룹 내부적으로도 제3자인수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고 우선은 김회장을 축으로 정상화를 꾀해야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자의에 따른 김회장의 퇴진은 없을 것같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김회장이 퇴진하지 않고는 제3자인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회장이 자리를 지킬 경우 김회장을 중심으로 한 기아측의 저항이 거셀 수 밖에 없고,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도 아직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역으로 김회장이 옷을 벗게되면 그룹의 조직과 의사결정체계가 와해돼 금융권의 의도대로 제3자인수가 추진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해진다.
김회장의 거취는 자력갱생과 제3자인수로 갈라지는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김동영·이성철 기자>김동영·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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