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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이병일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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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이병일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7.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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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연속극 「신데렐라」가 13일 막을 내렸다. 출세를 꿈꾸는 자매의 영욕을 그린 이 연속극은 인간의 마음속에 잠재해 있는 신데렐라의 환상을 타고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47%를 넘어선 시청률이 이를 말해준다. 이는 어지러운 사회현상과 신데렐라 기대심리가 어울린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동화 신데렐라는 프랑스의 샤를 페로가 1697년에 편찬한 것이 바탕을 이루는데 비슷한 이야기를 세계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콩쥐팥쥐」가 좋은 예다. 콩쥐가 고생을 하다가 선녀의 도움으로 감사와 결혼하는 전반부 구성은 신데렐라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인간의 신데렐라 동경은 생활이나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심화된다. 벼락출세라도 해서 고통에 찬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은 인간이면 누구나 갖게 마련이다. 이것은 꿈만은 아니다. 이러한 일이 드물지만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허황된 꿈으로만 돌리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흙탕물이 심하게 일고 있는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도 내면을 들여다 보면 일종의 「신데렐라현상」이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7룡」이 여당의 대통령후보가 되기 위해 뜨겁게 다투고 있지만 크게 보면 정치경력이 일천한 정치초년병과 고참의 대결이다.

신데렐라는 독일민화에선 「재투성이 아가씨」란 뜻을 담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무명인사가 어느날 갑자기 유명인사가 되는, 즉 벼락출세의 뜻으로 사용된다. 여론조사 등에 따르면 정치초년병들이 선두에 나서고 있는 신한국당의 경선은 이런 의미에서 신데렐라의 꿈이 익어가는 세계라고 할 것이다.

국회의원 경험조차 없는 사람, 초선의원, 국회의원 한번에 지사를 하고 있는 사람 등 정치신인들이 앞서 달리고 그 뒤를 정치선배들이 힘겹게 추격하고 있다. 신인이라고 하나 이들도 대법관에 총리, 대학총장에 총리, 장관에 지사 등을 역임했거나 하고 있으니 자격은 충분하지만 기현상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들 정치신인들은 참신성을 무기로 신데렐라의 꿈을 이뤄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쑥스럽게도 선두자리를 신인들에게 빼앗긴 정치고참들은 「초보운전자에게 20톤짜리 트레일러를 맡길 수 있겠느냐」며 신인들의 경험부족을 부각시켜 이들을 끌어내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같은 신한국당의 경선상황은 한국정치의 발전이란 측면에서도 되씹을 필요가 있다. 경선에 7명이나 나서고 신인들이 앞장서 나가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 정착이나 정치발전을 위해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되도록 기성정치인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신데렐라환상은 어려운 시절을 만나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신한국당 경선상황은 국민들의 정치불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성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얼마나 잃었으면 신인들이 이처럼 대거 등장하고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겠는가.

이것은 기성정치인들의 자업자득이다. 40년 가까이 「3김」씨가 이끌고 있는 정치판은 사람을 키우는데 인색했다. 그나마 부패와의 사슬을 끊지 못하고 이에 속박된 정치풍토는 신인들에게 안방을 내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기성정치판의 특성인 폭로전 등으로 얼룩지고 있는 이번 경선이 이를 증언한다.

정치인은 경험이 그릇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경험은 때로는 정치인이란 그릇을 못믿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독일의 정신분석학자 부르노 베델하임이 여성의 성기로 분석했던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불순한 생각을 가진 사람에겐 절대로 맞지 않는다는 전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신데렐라의 꿈은 이처럼 정직함이 따르지 않으면 한낱 백일몽으로 끝난다. 신한국당의 경선은 현재까지 신인들이 우세를 보이고 있으나 신인답지 않게 참신성과 정직함을 잃어버리고 돈경선이나 지역감정 조장 및 폭로정치 등 기성정치판의 행태를 답습하면 신데렐라의 꿈을 이룰 수 없다.

MBC 연속극 신데렐라도 재벌 아들을 사이에 두고 자매가 사랑을 다투다가 둘다 신데렐라의 꿈이 깨져 낙향하는 것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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