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무게에 짓눌린 베니스/카셀의 신선한 기획은 본받을만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동시에 전하는 베니스 비엔날레(6월15일∼11월9일·이탈리아), 카셀 도큐멘타(6월21일∼9월28일·독일), 뮌스터공공조각 프로젝트(6월22일∼9월28일·〃)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제2회 광주비엔날레 전시기획실장 이영철씨가 세 전시회를 둘러보고 특별기고를 해왔다.<편집자 주>편집자>
2회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적인 미술 행사에서 과연 어느 정도 위상을 차지할까.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뮌스터 공공조각 프로젝트 현장을 찾았다. 베니스는 실망스러웠고 카셀은 우수했으며 뮌스터는 볼 만했다.
1895년에 창설, 102세의 고령에 접어든 베니스 비엔날레는 역사의 무게가 큰 짐이 되고 있다. 전시는 보수적으로 흘렀고 내용도 모호하고 산만했다. 「미래, 현재, 과거」라는 주제에 대해 전시기획자 제르마노 첼란트는 『현대미술의 단선적인 해석을 파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치와 물량주의가 반복됐다. 베니스의 국가관 전시제도는 근대국가주의의 산물이라고 비판받아왔다.
국가·민족간의 경쟁과 배타성은 예술의 「공동의 적」이며 문화패권주의라는 것이다.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수상제도도 국가간 경쟁의 산물로 비판받고 있다. 한때는 상을 받는 것이 영광인 적도 있었지만 이젠 농담이 되고 있다. 대상에 해당되는 국제베니스비엔날레상은 아그네스 마틴(캐나다)과 에밀리오 베도바(이탈리아)가 수상했다. 80세가 넘은 예비역 작가들에 대한 훈장수여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한 것이긴 하나 비엔날레를 보수적이고 회고적으로 만들었다. 베니스 단체관광 1위국인 우리나라도 95년 전수천씨에 이어 강익중씨가 특별상을 수상했다. 국내 미술언론이 전문화하지 못해 베니스 비엔날레를 과대평가하고 수상소식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좀 민망스럽다. 광주 비엔날레가 창설 당시 베니스 비엔날레를 모델로 삼아 대륙별로 국가를 지정하고 작가수를 정해 전시기획을 요청한 점이나 수상제도를 둔 것은 성급한 판단으로 보이지만 국내의 열악한 문화적 조건에 기인한 것이다.
5년마다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는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인구 25만의 작은 도시에서 40년 역사의 세계 정상급 미술전이 열리는 것은 카셀시의 엄청난 노력의 결실이다. 올해도 협찬을 포함, 1,200만 달러의 예산이 투여됐고, 200명의 전문인력을 포함, 총 600명이 행사를 준비했다. 금세기의 마지막 전시라는 의미를 살리려는 듯 왕성한 의욕과 기획의 신선함이 돋보였다. 현대미술의 방향을 이끌어가는 선두주자답게 과감한 면모를 과시했다.
올해로 3회를 맞는 뮌스터 공공조각프로젝트는 10년마다 열리는 행사로 국제적인 전시전문가 카스퍼 쾨니히가 기획을 맡았다. 올 전시에는 백남준씨도 참가했다. 거리와 공원, 산책로, 미술관, 광장 등 도시 전역에 설치된 미술작품같지 않은 구조물은 시각적으로 부담스럽지 않고 장식적이지 않아 신선했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비엔날레와 이제 2회를 맞는 광주 비엔날레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쾌적한 전시환경과 전문적이고 세련된 행사운영 등은 세계적인 비엔날레로 발돋움하기 위해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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