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산업이 이끈다/연 40% 성장… 부가가치만 1조불/활력넘친 ‘타이거 우즈경제’ 주도/물가안정속 7년째 대호황 행진16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가 사상 최초로 8,000대를 돌파하는 등 미국경제가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 앨 고어 미 부통령은 최근 이같은 경제상황을 「타이거 우즈」경제라고 표현했다. 20대 골프선수인 타이거 우즈의 활력과 건강함에 미경제를 견주었다. 실제로 미 경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성장률과 건실함을 자랑하며 호황행진을 7년째 계속하고 있다. 생산자 물가도 연속 6개월째 하락, 경제운용에서 가장 이상적인 「완전고용속에 인플레이션 없는 호경기」가 실현되고 있다.
더구나 얼마전까지만 해도 경제의 「붐」을 경기순환적인 측면으로 분석했으나 최근 이를 「구조적 호황」이라고 평가, 2000년까지 장기 지속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4분기 미 경제는 연간성장률로 환산할 때 5.9%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높은 수치로 84년이후 13년래 최고치이다.
미 경제의 덩치로 봐서 이같은 성장률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지만 호황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또 실업률도 73년이래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세를 주도하는 견인차는 정보화 산업이다. 미 산업중 정보기술부문은 매년 40%씩의 초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미정보기술협회(ITAA)는 하이테크 회사들이 워낙 급속히 팽창하다보니 19만명의 근로자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보기술부문을 포함한 멀티미디어 산업은 지난해말 생산한 부가가치가 1조달러를 넘어선 후 2005년까지는 1조5,000억달러로 팽창, 전체 국민총생산(GNP)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 부문에서 미국은 세계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고 당분간 일본 등 다른 경쟁 상대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므로 정보화 산업은 호황세를 이끌 원동력으로 계속 남을 전망이다. 아울러 50년대에는 일자리의 60%가 비숙련직이었으나 최근 그 비율이 25%로 크게 낮아졌고 2000년에는 15%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갈수록 일자리의 대부분이 지식 노동자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같은 고도기능을 갖춘 근로자들을 어떻게 제때 공급받느냐하는 문제가 미 경제의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다.
정보화산업의 발달은 정부의 대규모 경기진작책 없이도 경기가 호황국면을 맞는 새로운 사례를 남겼다.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의 재정투입이 없었기 때문에 재정적자가 5년전 2,900억달러에서 올해는 670억달러선으로 대폭 줄어든 상태에서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의 호황이 정보화산업만에 의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미국산업중 자동차산업의 경우는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기때문에 달러화와 엔화간의 환율이 매우 중요하다. 산업내부적인 경쟁력회복보다 환율로 인해 판매량이 좌우되는 부분이 많다.
반면 정보화산업은 환율조정 여부를 떠나 당분간 미국의 독주가 예상된다.<워싱턴=홍선근 특파원>워싱턴=홍선근>
◎전문가도 놀란 ‘고성장 저인플레’/호황불구 물가안정 상식으론 설명안돼/FRB정책이 일등공신
장기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미 경제는 성장의 필연적인 부산물이라는 물가 불안의 그늘로부터도 벗어나 있다. 장기호황에도 불구, 인플레율은 3%선을 넘지 않고 있다. 「성장은 지속되지만 인플레는 없다」는 새로운 현실은 기존 입장에 서 있는 경제전문가들을 당혹스럽게 만들 정도이다. 2.5%를 넘는 성장률과 5%를 밑도는 실업률은 고율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고는 도저히 함께 공존할 수 없다는 경제전문가들의 신화가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 경제가 인플레 없는 성장을 지속하는데는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이끄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정보화 산업의 공이 절대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플레를 유발하는 과정은 「경제성장→임금인상·소비증가→제품가인상·제품공급부족→인플레」라는 흐름을 따랐다. 경제가 성장하면 임금이 오르게 마련이고 임금이 오르면 늘어난 소득만큼 많이 쓰게 되며 결국 상품가격이 올라간다는 도식이었다. 그러나 20세기말에 등장한 정보화 산업은 미국에서 이러한 도식을 무너뜨리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데도 임금이 오르지 않고 있다. 정보화 산업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아울러 최소한의 필요 노동력을 확보하면 기존의 노동력을 추가로 더 필요로 하지 않는다. 때문에 미국 노동력의 20∼30%를 구성하는 신기술 근로자는 평균임금을 훨씬 상회하는 고임금을 받지만 나머지 근로계층은 임금이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가 문제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일자리 자체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고용안정에 매여 있는 실정이다.
미국경제가 인플레로부터 완전히 해방돼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정보화산업의 출현에 따른 산업구조조정이 안정기에 들어갈 때까지, 또 FRB의 이자율조정에 따른 인플레 억제노력이 현실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한 미 경제에서 일시적으로 인플레 기미가 등장할지는 몰라도 과거 70년대식의 고인플레는 나타나기 힘든 상황이다.<워싱턴=홍선근 특파원>워싱턴=홍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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