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문제는 민간에 맡겨야” 기존원칙 고수속/소유분산 모범기업·국가경제 타격 고려 개입 검토『정부가 개별기업 문제에 직접 나설 수는 없다』 『기아는 다른 그룹과 다르다.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가 기아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 부실기업문제는 채권단과 업계 등 민간 스스로 해결한다는 기존의 「시장원리」를 기아그룹에 그대로 적용하자니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기아그룹이 정부의 양대 산업정책인 업종전문화와 소유분산제도를 가장 잘 지킨 「모범기업」인데다 자동차산업이 국가경제의 흥망에 영향을 줄 정도의 핵심산업이기 때문이다. 소유분산이 잘 됐다는 기아의 장점이 처리과정에서는 기아의 운명을 전적으로 책임질 「임자」가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큰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대주주가 분명한 우성그룹조차 제3자 인수를 추진한지 1년이 넘도록 표류하는 등 민간주도의 부실기업정리가 원점을 맴돌고 있는 마당에 기존의 부실기업들보다 「해법」이 휠씬 복잡하고 까다로운 기아를 정책수단도 없는 민간이 자체적으로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다.
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 바람에 정부의 재벌정책까지 논란을 빚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기아사태는 업종전문화와 소유분산, 전문경영인체제 등 정부의 재벌정책이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하고 있는 반면 통산부와 공정거래위원 등은 『기아그룹의 부실원인은 산업정책 때문이 아니라 경영진과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제도에 있다』고 맞서고 있다. 또 재경원은 계열사의 부도로 그룹전체가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주회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공정위는 지주회사는 재벌구조를 더 심화시킨다며 반대하고 있다.
어쨌든 현재까지 정부의 기아사태에 대한 공식입장은 시장의 틀은 깨지지 않도록 지키되 특정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개입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기아그룹이 부도방지협약 대상업체로 선정된 15일 『금융시장의 질서가 위협받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 그러나 기아그룹에 대해 정부가 관여할 수는 없다. 기아의 운명은 전적으로 채권은행단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주식분산 우량업체인 기아그룹이 국민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9조4,000억원에 달하는 빚을 떠안고 있는 데다 국가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손을 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재경원내에서조차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무진들은 이같은 정부의 입장선회에 대비, 기아그룹의 처리에 대한 내부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큰 흐름은 채권은행을 통해 계열기업의 매각, 부동산처분 등 자구노력을 유도, 주력기업인 기아자동차 등을 살리되 자구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부도위기에 몰리게 될 경우 제3자 인수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특히 실무진들은 채권금융기관의 기아에 대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금융기관들이 대주주로 나선뒤 3자인수를 추진하는 출자전환이나 인수희망자가 대규모 증자를 통해 실권주를 넘겨받아 회사를 인수하는 증자방식같은 세부적인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아살리기로 갈 것이냐, 아니면 3자 인수로 갈 것이냐가 관건』이라며 『3자인수가 현실성이 있지만 국민기업을 재벌그룹에 넘긴다는 비판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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