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 높거나 볼 좁으면 ‘무지외반증’ 초래/상처 계속 번지는 당뇨성 발병 특히 조심노출의 계절인 여름이면 젊은 여성마다 굽높은 구두를 경쟁적으로 신는다.
하이힐은 하체를 길게 보여줘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굽이 높은 신발은 발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사실 발은 우리 몸의 주춧돌로서 매우 중요한 부위이다. 그러나 일반인은 물론 의사들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손은 발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인간이 직립생활을 하기 전까지 손과 발은 앞발과 뒷발정도의 차이였다. 그러나 서서 다니게 된 지금 대우가 천양지차가 됐다.
발은 어둡고 꽉 조이는 환경에서 무거운 몸을 하루종일 떠받치며 고생하는 데도 주인이 잘 알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참다 못해 발이 화를 낸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이 이상야릇한 신발을 신어 전보다 더 심한 압박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멋에 신경을 쓰는 젊은 여성에게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뒷굽이 높은 신발이나 볼이 좁은 구두, 앞이 뾰족한 신발을 자주 신으면 발 앞부분에 압력이 모여서 피부가 딱딱해지고 못이 박힌다. 심하면 엄지발가락이 밖으로 굽는 무지외반증이 생기고 통증 때문에 걷기도 힘들어진다.
또 발가락이 굽는 변형이 올 수 있으며 발톱을 짧게 깎기 때문에 엄지발가락의 발톱이 살을 파고들어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같은 문제의 원인은 잘못된 신발을 골라 신기 때문이다. 평생 맨발로 다니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에게는 발에 병이 거의 없다. 반대로 잠자리에서만 신발을 벗는 서양사람들은 발병이 많은 편이다. 발톱도 두꺼워져서 혼자 깎지 못하고 발의사에게 의지해야 한다. 서양의 할머니들은 거의 예외없이 무지외반증 증세를 보인다. 젊었을 때 굽이 높고 뾰족한 하이힐을 오랫동안 신었기 때문이다.
발의 기능은 원래 우리 몸을 떠받치고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난히 무거운 사람이 아니라면 충분히 지탱할 수 있다. 그러나 뒷굽이 높거나 꼭 끼는 신발을 신으면 전후좌우에서 오는 심한 압력을 견디지 못한다. 우리나라도 서구문화의 영향으로 신발을 신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발병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발건강을 위해서는 발에 압력이 가지 않도록 맨발로 지내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하므로 발에 부담을 덜주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 즉 발에 압박이 덜 가도록 길이와 폭이 충분하고 발등이 쑥쑥 잘 들어가는 충분한 공간의 신발을 골라야 한다. 또 환풍이 잘 되는 굽이 낮은 신발이 바람직하다.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으면 걸음걸이가 이상할 뿐아니라 무릎과 엉덩이관절이 굽어져 허리에 까지 나쁜 영향을 준다.
가능하면 신발을 덜 신어 발을 신발내부의 압력에서 해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또 출퇴근용 신발과 직장용을 구별, 직장에서는 발이 편하고 통풍이 잘되는 굽낮은 것을 신는 게 좋다. 귀가 후에는 발을 정성껏 씻고 발가락사이의 습기를 제거한 뒤 다음 날을 위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처럼 발 감각이 둔해지는 병이 있는 사람들은 발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이런 환자들은 발의 상처가 한 번 덧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당뇨병성 발병이 생기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발건강은 우리가 얼마나 신경을 쓰느냐에 달려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발도 신발속에만 가둬 놓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면 머지않아 병이 생기기 마련이다.<박인헌 한림대 의대 교수·강동성심병원장>박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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