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대국 부끄러운 ‘사고왕국’/하루평균 34명 사망·975명 부상… OECD중 1위/도로여건개선·운전자 법규준수 교통문화 바꿔야한 해 1만명이 넘는 교통사고 사망자, 러시아워가 따로 없는 교통체증, 이웃간에 살인까지 일으키는 주차난, 예고된 단속에도 아랑곳않는 음주운전, 상습적인 법규위반, 큰 자동차를 선호하는 허례허식….
자동차 보유대수 1,000만대를 넘어선 자동차 대국이 됐지만 우리 나라는 아직 그에 걸맞는 교통문화가 없다. 교통전쟁, 교통지옥, 교통대란 등의 끔찍한 단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질 정도다.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는 총 26만5,052건으로 사망 1만2,653명, 부상 35만5,962명이다. 하루 평균 726건의 교통사고로 34명이 숨지고 975명이 다쳤다. 교통사고 왕국이라는 오명이 억울하지 않다. 최근 10여년간 2만여 가정이 교통사고로 어린 자녀를 잃고, 5만여 가정이 부모중 한 명 또는 모두를 잃었다.
우리보다 앞서 자동차 보유대수 1,000만대를 넘은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브라질 멕시코 등 모두 15개국. 그렇지만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12.2명·95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국 중 우리나라가 1위이다. 자동차 선진국인 영국(1.5명), 스웨덴(1.4명), 노르웨이(1.2명) 등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교통사고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알 수 있다. 교통사고는 우리 국민의 사망원인 중 암, 뇌질환에 이어 3위에 올라와 있다.
자동차 보유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운전자들의 의식은 뒤따라가지 못하는 일종의 문화지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통안전 문화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뺑소니사고 음주운전이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91년에 발생한 뺑소니사고건수는 7,025건으로 전체사고의 2.6%였던 것이 95년에는 1만1,585건이 발생, 4.7%로 늘어났다. 음주운전사고가 전체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1년 3.1%(8,377건)에서 95년에는 7.1%(1만7,777건)로 늘어났다. 자동차 산업은 발달했지만 운전자의 의식수준은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도로는 좁은데 대중교통을 외면, 다투어 나홀로 차를 끌고 나온다. 출퇴근 시간만이 아니라 온 종일이 러시아워다. 대도시 뿐만 아니라 전국이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주요 도시의 평균 주행속도는 서울 21.7㎞, 부산 21.45㎞, 대구 28㎞, 광주 12.7㎞, 인천 18.5㎞, 대전 21.3㎞등으로 기어가다시피하지만 도로 위의 차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열악한 도로조건과 교통체증, 조급하고 서두르는 성격은 상습적인 법규위반으로 이어진다. 지난 해 교통법규 위반으로 경찰에 단속된 운전자와 보행자 수는 연인원 1,100만61명으로 국민 3명 중 1명, 하루 4만2,195명꼴로 범칙금을 내거나 지도장을 받았다.
열악한 교통문화 현실에 대한 운전자의 책임의식은 극히 희박하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교통법규와 안전수칙을 위반하는 이유에 대해 「도로사정 및 불합리한 신호체계 때문」(41.8%), 「지키는 사람만 손해보기 때문」(20.9%), 「현실적으로 교통법규를 지키기 어려워서」(18.7%)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86.2%가 스스로 교통질서를 잘 지킨다고 대답했다. 법규위반의 책임을 남이나 사회적 상황 탓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자동차 1,000만대 시대를 맞게된 지금이 바로 이런 저급한 교통문화를 없애고 성숙한 교통문화를 창조해 나가야 할 때이다. 교통안전공단 이홍로 교수는 『열악한 교통문화 수준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공동체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양보운전하기, 불법주차 안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횡단보도 정지선 지키기, 음주운전 안하기 등 구체적인 안전수칙부터 지키는 범국민적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남경욱 기자>남경욱>
◎자동차 공해/매연이 서울 대기오염원 81% 차지/버스·트럭 등 대형 경유차가 주범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공해는 전체 대기오염중 6대 도시는 59.2%, 서울은 80.6%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85년 7월 100만대를 넘어선 자동차 대수가 올해 1,000만대를 돌파함에 따라 자동차공해로 인한 대도시 대기오염 비중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기오염원별로 보면 서울의 경우 자동차공해(80.6%) 이외의 공해는 난방(15.6%), 산업(3.0%), 발전(0.7%) 등으로 자동차가 오염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적으로는 자동차 40%, 산업 28.8%, 발전 14.7%이며 난방 등 기타가 8.8%이다.
자동차 100만대를 돌파한 85년 7월의 자동차 오염비중 서울 27.4%, 6대 도시 24.5%에 비하면 자동차 공해배출량이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자동차 오염물질 배출량 역시 85년 연간 69만7,000톤에서 1,000만대를 돌파한 지금은 174만8,000톤으로 2.5배 늘어났다. 특히 자동차 오염물질 중 경유차가 배출하는 오염원은 70%(서울 57%)에 달하며 이 가운데 전체 자동차 중 5%에 불과한 버스·트럭 등 대형경유차가 전체 자동차 오염비중의 54%(서울 43%)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공해물질 중 미세먼지의 경우 인체의 호흡기까지 침투된 후 축적돼 폐렴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서울의 경우 작년에 미세먼지가 무려 96회나 환경기준을 초과했다. 미세먼지는 대형경유차에서 62%가 발생하고 있다.
오존을 일으키는 질소산화물은 경유차가 전체 질소산화물의 82%를 발생시키며 탄화수소와 휘발성유기화합물과 함께 오존오염물질을 생성, 인체의 눈·코를 자극하고 식물의 성장을 저해한다. 오존주의보는 지난해 서울과 인천에서 모두 11차례 발령됐으며 올들어서는 이미 11회가 발령됐다.<신윤석 기자>신윤석>
◎차문화 전환의 출발점/양적팽창 폐해 줄이는 당국 교통량 감소책 필요/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운전자 의식변화도 시급
바야흐로 우리나라도 1,000만대의 자동차를 보유, 본격적인 자동차화(Motorization)시대에 접어들었다. 인구 4.7명당, 1.5가구당 자동차 1대를 소유하고 있다. 승용차 기준으로는 인구 6.5명당 1대꼴이다. 운전면허만 하더라도 전체인구의 약 40%에 가까운 사람들이 소지하고 있어, 국민소득 1만달러가 넘는 오늘날 자동차는 이제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구가 되었다.
이렇게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자동차는 여러가지 편리함 외에 교통체증과 대기오염, 교통사고 등 여러 폐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에만 14조원을 상회하는 돈이 교통체증으로 인해 도로 위에서 낭비됐으며 대기오염중 자동차 배기가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40%나 된다는 점을 볼 때, 자동차 1,000만대를 보유하게 되는 상징적인 의미를 정책면에서나 국민들의 의식면에서 하나의 획을 긋는 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자동차의 양적 팽창에서 오는 폐해를 줄일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정책적으로 교통량을 줄이는 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 93년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운행되는 자동차 1대의 1일 평균 주행거리는 76.2㎞로서 보유대수는 물론이려니와, 이른바 자동차화시대를 우리보다 훨씬 앞서 겪은 미국에 비해 1.5배나 많고, 일본에 비해서도 2.6배나 많아 국내 자동차의 운행이 그만큼 많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정책적인 면에서 교통량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운행규제책보다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고, 빠르고 정확하며 운임이 저렴한 대중교통을 활성화시켜 개인교통의 통행량이 대중교통으로 흡수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도로상에서 손쉽게 타고 내릴 수 있어 접근성이 좋은 시내버스에 대해서는 운영측면에서의 지원과 도로운행측면에서의 다양한 시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교통량을 줄이기 위한 또 하나의 방안으로는 자동차와 관련된 세제측면에서 자동차의 운행거리가 많고 배기가스 배출량이 많을 수록 세금을 많이 내도록 자동차 이용단계의 과세를 높이는 주행세의 도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보유중심의 세제에서 운행이 많을 수록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운행중심의 세제로 바꾸어 불필요한 운행을 억제해야 한다.
한편 우리나라 교통사고의 특성을 보면 교통법규위반(안전운전 불이행, 중앙선 침범, 음주운전, 무면허운전)이 전체 사망사고의 70%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보행자를 비롯하여 어린이와 노년층 등 이른바 교통약자의 사망사고율이 높으며, 사업용 자동차에 의한 사고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는 나라에서 아직까지 이러한 후진국형 사고유형이 많은 것은 부끄러운 현실이기도 하지만 자동차화 시대를 앞서 겪은 교통선진국의 예로 비추어 볼 때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줄이기 위한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로환경을 개선하고 단속을 강화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생명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인식을 모든 운전자들이 깊이 새기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횡단보도 앞의 차량정지선을 지키는 것은 손쉽고도 작은 실천!
자동차 1,000만대 시대를 맞으면서 우리들은 인명을 귀하게 여기는 의식전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김준식·교통안전공단 교육원 교수>김준식·교통안전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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