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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DMZ 교전을 보고/지만원 군사평론가(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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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DMZ 교전을 보고/지만원 군사평론가(특별기고)

입력
1997.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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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보이면 안된다/즉응태세 시스템으로 도발적 제스처엔 본때 보여줄 필요16일 상오 휴전선 백골부대 지역에서 발생한 포격사건은 24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73년 3월7일에 있었던 포격사건도 이 지역에서 발생했다. 당시 우리군이 비무장지대(DMZ)표지판을 보수하던 중, 북한군은 「559 GP」라는 감시초소를 불법으로 건설한 뒤 우리측이 설치해놓은 표지판을 의도적으로 제거하면서 아군에게 기습사격을 가해 2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당시 이 부대 사단장이었던 박정인 장군(「풍운의 별」 저자)은 559 GP와 적 보병배치선에 105㎜와 155㎜ 야포를 미리 조준시켜 놓았다가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 그들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엄청난 수모를 당했다. 그후 지금까지 휴전선에서 심각한 총격행위는 없었다.

최근 남한내에서는 조선일보사건, 황장엽사건 등 북한을 자극하는 일들이 잇달아 있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심기가 극도로 자극돼 있었음은 명백하다. 따라서 이번 총격보복사건은 국방부 및 일선 지휘관으로서는 능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피차간의 사상자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아군은 기싸움에서 패했던 것 같다. 지금의 군문제 중의 하나는 옛날처럼 기개있는 군인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의 기세와 신속한 대응태세를 과시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수상한 거동이 관측된 즉시 사단내의 즉응태세 시스템을 가동했어야 했다. 실제 사격을 하든 하지않든 간에 야포를 적에게 조준해 놓고 있다가 적의 포사격이 있기가 무섭게 발사했어야 했다. 그래야 적이 우리의 태세를 얕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군은 35분이 지나도록 기껏 소총과 기관총으로 대응했다. 강릉 잠수함사건에서의 굼뜨고 느린 대응을 연상케하는 것이었다.

이번 사건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첫째, 전면전의 전초전은 아니라는 점이다. 전면전은 기습으로 시작되는 것이지 이렇게 시작되지 않는다. 북한은 최근 남한당국의 「도발적」인 제스처에, 구체적인 본 때를 보여줌으로써 앞으로도 기분 나쁘면 이런 식으로 보복하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번 사건은 결국 미국에 남한의 제지없이 북·미간 「고위급 군사회담」 등의 대북접근을 가속화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 미국은 휴전선에서 돌출되는 지금과 같은 감정싸움이 자칫 전면전으로 확전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렇게 발생하는 전쟁은 명분없는 전쟁이다. 미국이 왜 명분없는 전쟁을 떠맡겠는가. 따라서 이번 사건 이후 미국은 적극적으로 북·미채널을 둘 것이다. 이는 한국정부에 엄청난 수모가 될 것이다. 정부는 최근 쓸 데없이 북한을 자극함으로써 손해를 자초한 격이 됐다.

셋째, 북한이 미국에 이 정도로 도도한 것은 미국이 무서워하는 핵무기, 화생무기, 탄도유도탄 등과 같은 전략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한을 전쟁인질로 삼는 협박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 역시 인질 협박카드였다. 한반도에서의 전면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세계와의 전쟁이다. 이 세상에 세계를 상대로 싸우는 지도자는 이란의 후세인 뿐이었다. 북한은 남침개시 이틀 이내에 서울을 점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에 있는 수만명의 미국인을 인질로 잡겠다는 협박이다.

지금의 전쟁은 가공할 무기위력 때문에 2주 이상 지속되면 국토가 초토화한다. 인명피해도 엄청나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초전 핵보복이다. 북한은 이를 매우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황풍」을 일으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결국은 북한에 「북·미 접근」과 「적극적 쌀지원」이라는 두가지 선물을 주게 했다. 북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결국 국가적 손실만 자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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