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없는 구시대 유물에 종지부/8촌이내 친족간 혼인은 계속 금지헌법재판소가 16일 동성동본간의 결혼을 금지한 민법 809조 1항에 대해 사실상 위헌결정이라 할 수 있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조선시대부터 사회규범으로 제도화한 동성동본 금혼제도에 종지부가 찍혔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사실혼관계에 있으면서도 동성동본 금혼규정에 묶여 혼인신고를 하지 못한채 의료보험을 비롯한 각종 생활상의 제약과 신분상 불이익을 받아온 부부들이 떳떳한 법적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혼인신고를 하지 못해 음지에서 고통을 받아온 부부는 6만여쌍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78년과 88년, 그리고 96년 등 세차례에 걸쳐 동성동본의 혼인을 인정하는 특례법을 통해 4만여쌍(78년 4천5백여건, 88년 1만2천여건, 96년 2만7천여건)의 부부를 구제했지만 아직도 상당수가 금혼규정에 묶여 고통을 겪고있다.
사실 동성동본 금혼규정은 인구 급증으로 동성인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현대에는 적용할 수 없는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세차례나 특례법을 통해 혼인신고를 하지 못한 부부를 구제한 것도 동성동본 금혼제도가 법으로서의 실효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 규정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일때마다 유림측이 거세게 반발해 지금까지 유지돼 온 것에 불과했다.
따라서 헌재의 이번 결정은 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합리적 근거없이 무조건 남자쪽 성에 따라 혼인을 금지해 온 남계중심의 구습을 타파함으로써 헌법상 「남녀평등」정신을 실제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헌재는 95년 5월 서울가정법원이 동성동본 부부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제청을 해 오자 고심끝에 지난해 4월 헌재 사상 처음으로 사건 관계인외 일반인들도 참석하는 공개변론을 여는등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헌재는 2년여만에 재판관 평의에서 위헌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지난해 말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을 감지한 유림측이 각 재판관의 종친회를 통해 압력을 가하는 등 크게 반발하자 재평의를 거듭한 끝에 헌법불합치로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이 조항은 즉시 효력을 상실한다. 그러나 당장 이 조항을 규정하고 있는 민법을 개정할 수 없기 때문에 추후 민법이 개정될 때 809조 1항은 삭제된다.
동성동본 금혼조항이 폐기됐다고 해서 근친혼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조항은 동성동본의 혼인을 금지한 809조 1항 뿐이다. 따라서 근친혼을 금지하고 있는 민법 815조에 따라 부계·모계 8촌이내 친족관계의 근친혼은 계속 금지된다.<현상엽 기자>현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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