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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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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7일 구 조선총독부건물이 헐린 자리에서 「겨레얼되살리기 한마당」놀이가 열렸을 때 제임스 레이니 주한 미 대사가 두툼한 오버코트에 둥그런 챙의 겨울모자를 눌러쓰고 경복궁문을 들어섰다. ◆어떻게 혼자 오느냐고 물었더니 한마당 놀이가 매우 뜻깊은 자리여서 추위를 무릅쓰고 구경왔노라고 했다. 레이니는 국립무용단, 서울예술단, 국군전통의장대, 안성남사당패 등이 벌이는 이날 밤의 민속놀이에 끝까지 어울리면서 참여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연세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친 일이 있고 예일대학을 나와 목사안수를 받은 성직자이다. ◆한국을 잘 알고 어쩌면 북한주민의 고통에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만한 인물이다. 북한이 레이니 전 대사를 이례적으로 초청한 것은 그의 이런 전력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는 2박3일간의 북한방문이 주목받을 만한 것이다. ◆주한 미 대사관은 16일 레이니 전 대사일행의 방문에선 4자회담문제 및 한반도평화문제 일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나 모든 논의는 의견교환의 수준이며 결코 협상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물론 미국도 이들의 의견교환결과를 상당한 비중으로 받아들일 것은 명백하다. ◆북한의 문제는 결코 남한이나 미국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들 스스로의 독재체제, 폐쇄체제, 대남공격체제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든 지적하고 설득한다면 한반도문제 「간섭」의 오해에서도 벗어나고 북한주민의 고통을 풀어 가는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성직자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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