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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구호 추한 현실/이영성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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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구호 추한 현실/이영성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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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국당을 들어서면 7명의 경선후보를 만나게 된다. 물론 실제 후보들이 있는 게 아니고 그들의 잘 나온 얼굴사진을 담은 벽보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각 후보들의 얼굴사진은 인자한 미소, 강인한 인상, 화려한 제스처, 도전적인 포즈 등 저마다의 이미지를 내보이고 있다. 그리고 사진 옆에는 위대한 한국, 화합, 믿음, 희망 등의 단어가 들어 있는 카피가 눈에 띈다. 선거벽보만 보고 있노라면 경제난, 정치갈등은 눈 녹듯 사라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러나 벽보에서 눈을 떼는 순간, 현실은 참담한 고통으로 다가온다. 금품살포설과 후보사퇴압력설이 제기되고 괴문서가 나돈다. 후보들 사이에 정치보복 공방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인신공격도 오간다. 이 곳에서 이 말, 저 곳에서 저 말을 하고도 부끄러워 하지 않는 강심장의 후보들도 적지 않다.

벽보의 카피에는 화합과 희망이 넘치지만 경선현장에서는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분열과 불신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당직자들은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나. 정당의 민주화와 자유경선을 정착시키자면 이런 혼돈을 거칠 수 밖에 없다』고 애써 해명한다.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고』라는 말도 나온다. 사실 집권여당이 권위주의를 벗고 새로운 정치실험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해줄 수는 있다. 그러나 「새롭다」는 그 한마디로 경선과정의 추악한 정쟁이 묵인될 수는 없다. 지금 전개되는 작태들은 산고가 아니라 산모를 죽이는 해악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경선후보들이 무얼 믿고 함부로 행동하는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여당후보만 되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지, 후보들에 묻고 싶다. 만약 후보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는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함의 극치이다. 아무리 준엄하게 꾸짖어도 부족하지 않은 경선과정이자 후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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