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제2단계 감량경영 체제에 돌입했다.비대한 조직 체계와 비효율적인 업무 추진으로 지탄을 받아온 유엔의 체질개선을 다짐했던 코피 아난(58) 사무총장이 16일 군살을 도려낼 개혁의 「메스」를 또다시 빼든 것이다. 올해 1월1일 임기에 들어간 아난으로서는 벌써 두번째 단행하는 개혁조치다. 아난 총장은 3월 「기구 통폐합및 1,000여개 직책 폐지」를 주내용으로 한 개혁안으로 유엔의 방만한 운영에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이번 개혁안 역시 중간 과정을 과감히 축소, 낭비를 줄이는 한편 명령이행단계를 단순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청사진」이 중병을 앓고 있는 유엔을 구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물론 아난의 개혁책이 유엔의 최대 재정후원자인 미국의 요구였던만큼 미국이 13억달러에 이르는 체납금을 풀 경우 유엔의 만성적자 현상은 호전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보다 구조적인데 있다. 실제로 유엔은 이미 초경량화해 있다는 지적이다. 유엔의 연 예산은 약 26억달러로 인구 65만명에 불과한 미 노스 다코타주의 예산을 조금 웃돈다. 또 유엔과 산하 기관 총 종사자는 5만3,000명으로 6만2,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하와이주보다도 적어 「세계를 대표한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오히려 제도적 측면에서 비효율성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 대표적 기관이 비토권을 쥔 5개 상임이사국이 좌지우지하는 안전보장이사회이다. 각자의 이해가 엇갈려 되는 일이 없다. 아난은 상임이사국 숫자를 늘려 안보리의 민주화를 이루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유엔의 개혁은 아난 총장 한사람의 의지보다는 돈줄을 쥔 강대국들의 이해에 달렸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윤석민 기자>윤석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