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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금혼」 40년만의 폐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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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금혼」 40년만의 폐지(사설)

입력
1997.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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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동본간의 금혼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국민 대다수의 정서에 부합된다. 헌법재판소는 16일 동성동본간의 결혼을 금지한 민법 제809조 1항 규정이 위헌이 아니냐는 서울가정법원의 위헌법률 제청사건을 2년여 심리한 끝에 『동성동본 금혼규제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 추구권을 보장하려는 헌법의 이념이나 규정에 반하고, 개인의 존엄과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유지라는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이 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효력이 정지된다고 밝혔다. 58년 민법에 이 조항이 생긴 이래 40년만에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가 폐지된 셈이다.우리 헌법은 개인의 행복 추구권(제10조)과 국민의 평등권(제11조 1항)은 물론, 혼인과 가족생활의 권리(제36조)까지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민법의 동성동본 금혼규정 때문에 20여만 쌍으로 추산되는 부부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아왔고, 수많은 젊은이와 예비 부부들도 똑같은 고통을 강요받고 있다. 먼 옛날의 조상이 같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그들은 혼인신고를 하지 못해 자식을 서자로 입적시키고, 아내는 친정 호적에 처녀로 남아 있어야 했다. 남편이 사망하면 상속도 받지 못해 막대한 재산상의 손해를 보아야 했고, 의료보험 등 갖가지 사회적 혜택에서도 제외됐다. 이를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하는 등 갖가지 사회적인 문제가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대법원은 78년부터 10년주기로 결혼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 사실혼 관계의 동성동본부부들을 구제해 왔다. 이는 법원이 이 제도의 불합리성을 인정한 것이어서 그 때마다 이 제도를 폐지하자는 시민운동이 일어났다. 이에 자극받아 대법원은 일선법관들의 압도적인 반대 의견서를 근거로 민법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인구가 적고 이동이 많지 않았던 농경사회시대엔 같은 집안끼리 모여 사는 씨족공동체 마을이 많았다. 그런 사회에서는 이 제도가 필요했지만 복잡다단한 현대에는 맞지 않는 제도이다. 그래서 이 제도의 발상지인 중국에서도 80년 전에 폐지됐다.

우리나라 인구는 김 이 박 최 정 5대 성씨가 50%를 넘는다. 이중 김해김씨만 370만명을 넘는 등 같은 본을 가진 사람이 1,288만여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의 결혼을 막는다는 것은 윤리를 내세운 횡포이다. 본은 같아도 파가 다르면 결혼이 허용된다지만 이를 증명하는 노력이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증명하지 못할 사람도 많다.

헌재가 결정문에서 밝혔듯이 이번 결정이 혈족 사이의 결혼을 조장하거나, 기존의 보편타당한 윤리관 도덕관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동성동본 금혼은 근친결혼 문제와는 다르다. 근친결혼 금지를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계 모든 나라들도 이를 금하고 있고, 우리 민법에도 금지 조항이 별도로 존재한다. 문제는 동성동본 결혼을 어느 선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충분히 논의해 우리의 전통과 미풍양속을 지켜가는 조화를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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