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 “전통·도덕 해쳐” 반발헌법재판소가 16일 민법의 「동성동본 금혼」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동성동본 부부들과 여성단체들은 『전근대적인 독소조항이 철폐됐다』며 일제히 환영했다. 그러나 유림과 종친회관계자들은 『전통과 도덕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판단』이라며 반발했다. 양측은 이날 하오 선고시간에 맞춰 종로구 재동 헌재 앞에 몰려가 각각 찬성과 반대 시위를 벌였다.
동성동본 금혼규정 폐지운동을 주도해 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부소장은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남녀평등권에 위배되는 전근대적인 독소조항은 오래전에 폐지됐어야 했다』며 『말못할 고통을 당하는 수많은 동성동본 부부와 예비부부들에게 다행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이경숙 회장은 『부계혈통만을 따지는 동성동본 금혼규정은 학계에서도 입증됐듯이 우생학적 위험과는 무관한 전형적인 남녀불평등 조항이었다』며 헌재의 결정을 환영했다. 국회여성특위 신낙균 위원장은 『헌재의 결정은 여성계와 동성동본 부부들이 쏟은 노력의 결실』이라며 『헌재가 올바른 결정을 내린만큼 이른시일내에 관련 법조항을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숭실대 법대 윤철홍 교수는 『헌재의 결정은 올바른 것으로, 이 조항의 모태가 된 중국도 오래전에 이를 폐지했다』고 동조했다.
그러나 성균관대 가정법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전국 유림일동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소수에 불과한 동성동본 부부의 행복추구권을 위해 이 조항을 폐지하는 것에 단연코 반대한다』며 『이는 민족정기와 미풍양속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대책위 이종화 부위원장은 『유림은 우리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 이해문 총무이사는 『헌재의 결정은 사회기강을 흔드는 것으로 땅에 떨어진 도덕을 더욱 실추시킬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의 족보도 엉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이동국·김동국·유병률 기자>이동국·김동국·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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